액면분할 후 국민주로 거듭난 삼성전자
전례 없는 배당에 공격적 주주환원책
멈춰 버린 M&A에 성장동력 상실
오너 복귀 전후로 쏟아진 투자계획
이 부회장 사법리스크는 여전
시스템의 삼성? 오너에만 의존한 한계점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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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됐고 현 정권 내에서 상당한 시간을 현업에서 멀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입김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삼성전자는 자의든 타의든 정권의 의중에 발맞춰 변화했다. 곳간은 쌓이고 있지만 지난 4년간 멈춰버린 투자 시계 탓에 ‘혁신’이란 단어 대신 ‘위기’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기업이 됐다.
현 정권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삼성전자의 변화는 전례없는 주주환원책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되던 2017년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했고, 그 해 전체 배당액은 전년 대비 46%가량 증가했다. 2018년엔 50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한주에 200만원이 넘던 주식이 5만원대로 책정되자 2017년 14만여명에 불과하던 주주의 수가 급증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주는 약 450만명이다.
전 국민 가운데 10명 중 1명 삼성전자의 주주이다보니 국민주로 불리게 됐다. 수 많은 주주들은 실제로 이 부회장의 부재(不在)를 아쉬워 하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는 더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실시했고, 지난해에 20조3000억원을 주주 배당에 할애했다. 이는 우리나라 상장사 전체 배당금의 54% 규모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조원으로 호황이었던 2018년 58조원에 크게 못미쳤지만, 벌어들인 돈 절반가량을 배당으로 지출했다.
삼성전자 포트폴리오의 주축은 D램이 중심인 반도체 부문으로 완벽하게 중심이동했다.
2013년까지 모바일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면 현재는 반도체 실적이 영업이익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도체의 초황기가 이어진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 의존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올 하반기부턴 반도체 가격의 정체 또는 하락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마냥 장밋빛으로 내놓긴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들어 고전하고 있다. 물론 현 정권의 초기 그리고 액면분할 이후와 비교하면 높게 형성돼 있긴 하지만,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10만원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주주들의 기대감은 이미 꺾였다. 외국인 지분율은 52.7%로 201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항소심 판결 이후 석방됐고 올해 2월에 재구속 그리고 최근 가석방 됐다. 이 부회장의 석방 전후로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 석방된 이후 이 부회장은 2021년까지 180조원의 투자, 4만명의 신규직원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설비투자와 고용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기간 동안, 대만 정부 지지를 한몸에 얻어 파운드리 분야 글로벌 1위로 도약한 TSMC는 삼성과 격차를 더욱 벌였다. 인텔 또한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주안점을 두는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구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파운드리가 삼성의 또 하나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장담하기만은 어렵단 의미다.
왕좌를 탈환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비메모리 분야를 외에도 삼성전자에 새로운 동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2016년 이후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는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한 근거도 역시 이 부회장의 부재였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도 수년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 부회장이 경영 현안을 챙길 수 있는 현 시점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상당히 많다.
모바일과 D램반도체를 이를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지 않은 이상 향후 10년의 삼성전자의 모습을 오롯이 상상하긴 어렵다. 인공지능·차량용 반도체 등 새로운 동력을 위한 M&A 타깃들이 예상되곤 있지만 현실적으로 성사되긴 어려운 매물도 많다. 하만 인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이 인수해도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번 늘어난 주주환원책은 줄이기 어렵다. 현 정부와 같은 기조가 이어지는 정권이 창출한다면 고용에 대한 부담은 물론 사법리스크는 더욱 커질 여지도 남아있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삼성은 더 이상 상상하기 어렵다. 오너 리스크는 상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