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억대 국내 소득신고 누락?
MBK "美 과세 당국에 신고·납부 완료"
美 시민권자 vs 실질적 거래 국가…이중과세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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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국내 최대규모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중이다. 현재는 김 회장이 과거 오렌지라이프(舊 ING생명)와 코웨이 등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매각하며 받은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를 포함한 급여에 대해 한국 세무당국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특히 미국 등 해외 국적자이면서 국내에서 활동해온 다수의 금융인들 가운데 콕 찍어 김병주 회장이 타깃이 된것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되고 있다. 마침 김 회장은 최근 사재 300억원을 출연,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울시립도서관 건립에 서울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 개인 현금 기부액을 내면서 주목받기도 한 상황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까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김 회장을 포함한 주요 파트너급 인사들의 탈세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MBK파트너스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주요 인사들의 급여와 관련한 세금 납부 등에 대해 조사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11월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총 59%를 신한금융지주에 2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2013년 8월 MBK파트너스가 최초 ING생명을 인수할 당시 금액은 지분 100%에 1조8000억원 규모이다. 이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매출, 자본재조정 등을 거치며 대부분의 투자금을 회수했고, 경영권 매각을 통해 조 단위 투자수익을 거뒀다.
이에 앞서 2018년 10월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지분 22.2%를 1조6850억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회사는 이 또한 2013년 1조19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9%를 확보했고, 세차례 리파이낸싱 과정을 통해 배당 등으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했다.
국세청은 현재 해당 거래 과정에서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주요 파트너급 인사들이 받은 급여에 대해 정상적인 과세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두 거래에서 조 단위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둔만큼 파트너급 인사들에 대한 성과급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주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뉴욕에 거주지를 두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은 한미조세협약에서 국내 거주자로 규정하는 183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MBK 측은 김 회장의 급여에 대한 세금 신고 및 납부 모두 미국 과세 당국에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세청은 국내 기업 거래에서 대규모 투자수익이 발생한 점에 주목해 급여에 대한 과세 또한 한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전해진다.
MBK파트너스 측은 “김 회장이 받은 급여소득은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에 따라 미국 과세 당국에 신고하고 납부를 마친 상태이고 MBK 한국법인의 수익에 대해선 한국 과세당국에 모두 납부했다” 며 “김 회장의 세금납부와 관련해선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일시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병주 회장 등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외국인이 해외에서 이미 급여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미 조세협약에 따른 이중과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쟁점이란 평가도 있다. 또한 김 회장이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MBK파트너스 국내 주요 M&A 거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경영활동에 대한 과세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PEF 업계 한 관계자는 “PEF의 경우 세금이슈가 상당히 많지만 국내에 법인이 있는 경우 원천징수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세금을 누락하긴 쉽지 않다”며 “법인이 아닌 외국 국적을 보유한 인사들의 경우 거주지와 실질적인 경영 활동 등에 대해 납세자와 과세 당국간 이견이 다소 존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로펌 한 M&A 전문 변호사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실질보다는 양식(form over substance), 즉 형식이 실질에 다소 앞선다고 볼 수 있다”며 “물론 이를 악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실질 과세 원칙을 적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세당국에서 형식적 절차를 악용했다는 식으로 해석할 경우 원칙적으론 형식에 맞는 경우에도 실질 과세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주요 PEF 운용사의 대표격 인사들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례는 더러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외국계 출자자(LP)로 구성된 국내 사모펀드 H운용사의 대표는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나 183일 이하 체류 조항 등과 관계없이 한국에 머물며 세금 또한 한국 과세 당국에 납부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유사하게 각 지역별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A운용사의 회장은 일가족을 비롯한 모든 거주지를 홍콩에 두며 국내 출장 횟수를 조정하며 국내 거주자 요건을 미충족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세무당국의 줄다리기는 이미 1년이 넘게 이어져 온 사안으로 당분간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 측의 입장과 달리 세무당국의 과세 추진으로 결론이 날 경우 과세에 관한 PEF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클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