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포트폴리오' 채우기 나서는 금융사들
글로벌 ESG 인기에 해외 딜 참여 어려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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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금융그룹들이 중장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포트폴리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친환경 테마 딜(deal)이 훨씬 다양한 해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현지에서도 인기가 좋다보니 딜 기회를 잡기가 쉽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거센 ‘ESG 바람’에 국내 금융그룹들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있다. 그 전에도 사회적 책임 차원의 논의는 있었지만, 이제는 목표 금액과 실행 단계를 구체화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반(反)환경적인 사업엔 금융사들이 투자나 대출 주선을 하고 있지 않다.
신한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30조원 규모의 친환경 금융 지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친환경 금융에는 대출, PF(프로젝트파이낸싱), 투자 등 모든 금융 지원을 포함한다.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KB금융그룹도 2030년까지 ESG 투자 및 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중장기 목표를 구축했다.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PF·채권 인수 사업 참여는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사 전체적으로 ESG를 투자 및 정책 결정에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각 사업에 스며들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 차원에서 ‘목표 금액’도 정해져 ESG 포트폴리오를 채워야 하는 실무진들도 ESG 성격에 맞는 투자처와 사업을 찾느라 분주하다. 다수의 그룹사들이 탈석탄 선언으로 석탄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석탄관련 딜들은 사실상 발길이 끊긴 셈이다.
국내에선 인프라 금융에서 석탄화력이 빠진 부분에 태양광 발전 등으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다만 워낙 해외에서 신재생 사업이 앞서가 있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ESG 스토리를 쌓기 위해선 해외에 눈길을 둘 수밖에 없다.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시장은 당연히 선진국 시장이 훨씬 크다. 글로벌에선 ESG 딜에 보통 ESG 논의가 앞서있는 유럽이 활발했다. 최근에는 미국 금융사들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코로나 발발 등의 영향으로 녹색 경제(green economy), ESG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자금력을 동원해 무서운 속도로 ESG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ESG 딜이 인기가 좋다보니 국내 금융사가 해외 친환경 딜에 참여할 기회가 쉽지 않다. 사실상 직접 발굴은 어렵고, 현지 금융사에게 소개를 받거나 주관하는 펀드와 네트워크가 있으면 ‘운 좋게’ 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친환경 '빅 딜’에 참여한 사례가 자주 있지 않다. 최근엔 지난달 KB국민은행이 8.4억 달러 규모의 미국 태양광 발전소 및 ESS(Energy Storage System) PF 공동주선에 참여한 사례가 있다. KB국민은행은 글로벌 주선기관인 도이치은행·BNP파리바은행·ING은행 등과 함께 공동 주선기관으로 참여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친환경 딜을 소개해달라고 미국 IB들한테 부탁을 하는데, 워낙 현지에서 신재생 등 친환경 딜이 인기가 좋아서 잘 넘어오지 않는다”며 “(미국IB)본인들도 ESG관련 KPI(성과지표)를 채워야 하니 공격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JP모건 등 미국 금융사들이 워낙 사이즈가 크다보니까 해외에서 볼 때 비교적 덩치가 작은 한국 금융사들은 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은행 관계자는 “아시아 쪽에서 풍력발전 등 해외 신재생 에너지 딜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해외 딜을 찾는게 수월하진 않다”며 “해외에서 ESG 관련 딜 제안이 오면 아무래도 단독으로 하기 보다는 사이즈가 큰 해외사들과 공동참여 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투·융자를 줄이고 친환경 분야 딜과 자금 지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계 HSBC는 2050년까지 모든 고객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 1조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바클레이즈(Barclays)는 북극 시추와 석탄 회사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계 UBS그룹도 북극 시추와 관련된 융자를 중단했다.
‘세계의 돈줄’인 미국 금융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6대 은행 중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5개 은행은 2019년부터 북극지역 신규 탐사와 시추활동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JP모건은 지난해 자금조달의 비중을 조절해 고객들이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2050년까지 글로벌 탄소중립에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고객들과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