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충당금 최소 1100억 이상…상시화 수순
화재 원인·충당금 대상 늘어나 불확실성 고조
IPO 눈높이는 물론 연내 상장 차질 불가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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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ES)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화재로 인한 충당금을 쌓게 됐다. 현재 GM의 요구로 두 차례 발생한 충당금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LGES 측과 협의 하에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성격이 짙지만 업계 안팎에선 충당금 발생 원인과 대상이 갈수록 불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LGES의 상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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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LGES의 모회사 LG화학 주가는 전 거래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LGES의 미국 최대 파트너인 GM이 2019년에서 2023년형 볼트 모델에 대해 추가 리콜을 단행하며 LGES를 포함한 LG그룹은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까닭이다. LG화학 주가는 24일 78만7000원에 마감했다. 20일 종가 89만8000원을 기준으로 약 12% 이상 하락했다.
GM은 20일(현지시각) 이달 초 8억달러(약 9400억원) 규모 전기차 화재 관련 충당금을 설정한 데 이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추가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1차 충당금에서 LG전자와 LGES는 각각 2346억원, 910억원을 부담하고 2분기 재무제표에 충당금으로 전입했다. 지난번 부담 비율을 동일하게 반영할 경우 LGES는 약 1138억원 규모 충당금을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GM과의 충당금 협상은 상장을 앞두고 LGES 측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 전에 관련 리스크를 털고 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추가 리콜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LGES는 3분기에도 수천억원 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할 전망이다. GM이 두 차례에 나눠 리콜 계획을 발표하며 품질비용이 상시화하는 모양새가 된 데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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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선 품질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매출액 성장 속도에 비하면 LGES가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제한적이라 충격이 과도하단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이후 매 분기 지속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품질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우선 화재 발생 원인과 충당금 설정 대상이 계속해서 불어나는 중이다. 지난 2월 현대차가 코나EV를 포함한 3개 차종 8만여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고 1조원 규모 충당금을 설정했을 당시 화재 원인은 수년 전 중국 남경 공장에서 생산한 일부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된 GM의 리콜의 경우 LG전자가 참여한 배터리 모듈이 문제가 됐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출하량이 많은 만큼 충당금이 발생하는 건 불가피한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화재 발생 원인이나 고객사가 다양해지는 게 가장 큰 우려"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전체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걱정이 큰 상황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객사 관리 문제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전기차 화재로 충당금을 공동 부담한 기업은 현대차와 GM으로 각각 국내와 미국 시장에서 최대 고객사다. 최근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이 탑재된 전기차 id.3나 테슬라의 호주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4개 기업 모두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그룹으로 꼽힌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고객사 리콜로 발생하는 충당금 규모보다도 리콜 대상과 범위를 특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부각될 경우 안전성 문제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라며 "LGES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파트너십이 틀어지긴 어렵겠지만 공급 계약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두 차례 리콜 조치로 하반기 상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예상하는 LGES의 기업가치(EV)는 약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까지 거론된다. 현재 상장예비심사가 연기되며 증권신고서 제출이 지연되고 있지만 투자자 눈높이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선 최대 경쟁사인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을 통해 간접적으로 LGES의 기업 가치를 점치고 있는데, 충당금 부담이 불거질 경우 투자자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라며 "지금 당장 예심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증권 신고서를 공시하고 난 다음에 적정 가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진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