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 분할 완료 뒤 상장 계획 발표 예정
당장 상장은 어려워...흑자 전환 이후로 밀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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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배터리(가칭)가 10월 공식 출범을 앞두고 상장 사전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7월 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 분할을 발표한 뒤부터 기업공개(IPO)는 예정된 수순으로 꼽혀왔다.
다만 실제 상장 시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에선 상장 시점을 최소 2023년으로 내다본다. SK배터리가 내년에야 흑자 전환이 가능한 데다, 최근 불거진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ES) 리콜 사태에 따른 여론도 신경 써야 하는 까닭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월 초 배터리 사업부문이 공식 출범하는 대로 상장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사전 미팅을 꾸릴 예정이다. 주관사 선정 등 공식 절차를 밟기보다는 신설 법인 출범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수순으로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 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 “상장 관련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분사 관련 의결이 완료된 이후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배터리 상장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회사 측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상장 시점을 2023년 이후로 밝혀두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적자 지속 상태에 따라 기업가치(Valuation)를 제대로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말 기준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약 27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하반기에도 적자 규모는 소폭 축소될 전망이지만, 올해까지는 적자를 감수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문은 올해 말까지 연간 생산능력(케파) 및 매출 규모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매출원가는 줄어들 것”이라며 “적자폭은 의미 있게 줄어들겠지만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LGES의 상장 예비심사 연기 신청 역시 SK배터리 상장 계획에 다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ES는 전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당초 8월 말 승인을 받고 10월 안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심사 연기로 인해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기엔 일정이 촉박해졌다.
LGES의 리콜 사태 여파가 현재 진행형인 탓이다. LGES의 주요 고객사인 GM은 지난해 11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리콜을 실시했다. LGES 역시 수천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설정했다. 현대차의 화재사고로 인한 리콜 비용도 현대차와 LGES가 4대 6의 비율로 분담한다.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ES의 배터리 사태가 자사 제품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힘을 쏟아야할 상황이라는 평가가 많다. 자칫하면 전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까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포터2 EV에서 연기가 난 적이 있지만, 배터리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GES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와 달리 SK배터리는 아직까지 전면적인 리콜 문제나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며 “SK배터리가 이 같은 상황을 차별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