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앱마켓 표방 원스토어, 해당 법안 주목
원스토어, ‘착한 수수료’ 내세웠지만 반사이익 못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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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상장을 앞두고 ‘구글 갑질방지법’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앱마켓 관련 반독점 법안이 통과를 앞둔 데 따라 국내 앱 마켓 시장 기류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스토어는 그동안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독점에 맞서 착한 수수료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만약 국내에서 강제로 구글과 애플을 규제하게 된다면 원스토어의 비교 우위가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5일 국내에서 구글의 인앱(자체) 결제를 규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이다. 인앱결제는 구글과 애플의 자체 결제시스템으로만 유료 앱 및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구글은 기존에는 게임 앱에만 적용되던 인앱 결제 범위를 확대하고 결제 수수료를 30%로 책정할 계획을 발표했다. 국회는 해당 방식이 국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당 정책을 규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원스토어는 그동안 ‘착한 수수료’ 정책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왔다. 구글 및 애플에 맞서는 토종 앱마켓 대항마의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원스토어는 해당 법안을 두고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독점 기업의 횡포에 맞선다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당장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를 내린다면 원스토어가 그간 누렸던 반사이익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해당 개정안을 반대하기에는 지금껏 원스토어가 펼쳐온 반독점 논리에 반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금번 개정안에서 '콘텐츠 동등 접근권'이 제외된 점도 원스토어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콘텐츠 동등 접근권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가 구글이나 애플 뿐 아니라 국내 모든 앱마켓에 동등하게 앱을 유통해야 하는 규정이다. 인앱결제 의무 도입에 해당 내용까지 더해졌다면 원스토어로서는 더욱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맞을 수 있었다.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원스토어는 아직까지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기준 원스토어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18.3%로 구글(71.2%)와 애플(8.6%)을 합친 수치를 한참 밑돈다. 점유율 증대를 위해 원스토어는 2018년부터 업계 최초로 모든 앱 수수료를 20%로 내리고 인앱결제 여부도 앱 개발사 선택에 맡겨왔다. 자체 결제시스템을 운영하는 앱 개발사는 5%의 수수료만 내도록 했다.
해당 정책은 실제로 점유율 증대에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었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원스토어 점유율은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원스토어 성장률은 34.4%로 기타 글로벌 앱마켓(약 18.9%)을 웃돌았다.
원스토어의 국내 점유율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이나 애플 앱마켓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더구나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래 성장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이 예전대로 수수료 정책을 유지하게 된다면 후발주자인 원스토어로서는 힘이 빠지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은 전 세계적인 반독점 분위기를 의식해 수수료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은 지난 26일 앱스토어의 반독점 위반과 관련한 새 정책을 발표했다. 연 매출 100만달러(약 11억7300만원) 미만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 15% 감면 정책을 유지하고 앱 외부 결제(아웃앱)에 대한 유연한 정책을 적용한다. 구글 역시 수수료 30% 부과 정책 시행을 오는 10월에서 내년 3월31일로 미뤄둔 상태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원스토어는 그동안 맞이한 국내외 투자자들과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이를 통해 상장 밑그림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구글과 애플의 독점 규제 시행에 국회가 속도를 내면서 외부 변수에 따라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