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투자는 증가
'ESG 투자 부담' 관련 신평사별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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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의 등급전망(아웃룩)이 ‘긍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약 6년 만에 신용등급 AAA급 복귀 가능성이 열렸다. 중국발 리스크 완화와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다. 등급 상향 기대감이 오른건 맞지만, 향후 업황 변화와 더불어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최근 NICE신용평가는 포스코(AA+)의 장기신용등급 아웃룩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꿨다. 핵심은 영업수익성 개선이다. 올해 코로나의 부정적 영향이 완화되면서 전방산업 수요 회복이 나타났다. EBITDA 규모도 확대 추세다. 연결기준 EBITDA 규모가 2020년 상반기 2조7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 총 EBITDA는 1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발 리스크 등 외부요인 완화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철강수요 호조가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중국의 수출억제 정책이 공급부담을 완화함에 따라 우호적인 시장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최근 10년간 보지 못한 숫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1분기에 2분기까지 수치가 좋아 의심(?)이 줄어든 상태”라며 “중국발 불안, 단기 운전자금 부담, 투자 확대 등 고려할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서 미래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등급 이슈가 떠오른 것은 최근 국내외에서 회사채로 연이어 자금을 조달하면서다. 이번 평가는 포스코가 약 2년 만에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이뤄졌다. 포스코는 2019년 10월 1조원을 조달한 후로 국내에서 한동안 공모채를 찍지 않았다. 이달 8일 수요예측(총 3000억원)을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자금조달은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투자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른 것이다. 이번 발행에서 5년물은 2차전지 배터리 소재에 투자하는 자금 용도이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으로 발행한다. 수소 사업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해외 조달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3일 역대 최대인 약 1조4700억원 규모의 유로화 표시 그린본드(녹색채권)를 발행했다.
실적에 힘입어 과연 포스코가 AAA 등급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포스코는 국내 민간기업 중 최초로 AAA를 부여받은 회사다. 2014년에 ‘부정적’ 아웃룩이 달렸고 2015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철강시장 공급 과잉이 겹치며 차입 규모가 커진 탓이다.
임기 내 등급 상향이 이뤄진다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업적’이 될 수 있다. 최정우 회장은 올해 초 재선임됐으며 임기는 3년이다. 통상 아웃룩이 상향되면 6~24개월 사이 검토 후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AAA 등급의 의미가 남다른 만큼 회사 측에서도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긍정적 검토를 어필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현재 국내에서 AAA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권 민간기업은 SK텔레콤과 KT뿐이다. 현대자동차가 2019년 말 AAA에서 AA+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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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AA로의 복귀가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불안요인도 완전히 제거됐다고 볼 수 없고, 실적이 증가한 것에 비해 차입금이 크게 줄어들진 않은 점이 지켜봐야 할 점으로 꼽힌다. 2018년에도 국내 신평3사가 ‘긍정적’ 전망을 부여했지만 업황이 악화하면서 AAA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또 올해 중으로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주요 자회사의 사업기반 강화를 위한 신·증설 투자가 예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투자규모가 과거 대비 일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철강부문 매출 회복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증가도 나타나고 있어 단기 현금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영업수익성 개선이 계속 이어진다면 재무안정성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개선과 더불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향후 운전자금 부담이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어 자금소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평이다.
각 신평사별 시각의 ‘속도차’도 남아있다. 이번 본평가에서 NICE신용평가는 등급 전망을 상향한 데에 반해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지만 투자정책 변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19년 확장적 투자계획으로 5년간 총 45조원의 계획을 밝혔는데, 최근 빨라진 시황 변화와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실제 투자가 3조원 규모 내외에 그치면서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탈탄소 기술 개발, 생산능력 확충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대응 투자규모가 확대할 수 있다는 평이다.
해외 신평사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올해 6월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등급은 BBB+를 유지했다. 지난해 초 아웃룩을 하향조정한 후 1년 6개월만이다. S&P는 "포스코의 레버리지 수준인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2020년 1.5배에서 향후 1~2년 사이 0.9~1.3배로 개선돼 등급 상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등급 상향 가능성도 암시했다.
반면 무디스는 지난달 초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Baa1, 아웃룩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올해 조정 EBITDA가 약 11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며 실적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했다. 지난해 포스코의 조정 EBITDA는 약 6조6000억원 규모였다. 다만 무디스는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철강업체들이 ESG차원에서 환경 리스크에 노출된 것과 동시에 탄소 배출 저감 규제로 인한 비용 상승 및 규제 강화가 신용등급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