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 SK이노와 뒤집혀
수익성 중심 전략…리튬이온배터리 투자 의지 우려로
우려 속 배터리 대장주 등극…LG화학 20% 폭락한 탓
3사 지위 변동 극심해 투자처 고르기 어려워진 모양새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SDI가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SK이노베이션에 추월을 허용했다. 수익성을 제외한 모든 시장 지표에서 단기간 내 양사 순위가 뒤바뀌는 모양새다. 반면 시가총액에서는 LG화학의 폭락으로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3사 중 1위에 올랐다. 리콜과 사업부 분할, 그룹 투자 기조에 따라 3사의 시장 지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평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시장에서 올해 1월에서 7월까지 누적 기준 점유율이 5.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점유율은 5.1%로 처음으로 SK이노베이션과 순위가 뒤집혔다. 아직까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적자 구간인 점을 제외하면 점유율과 생산 능력, 수주잔고에서 삼성SDI를 넘어섰다.
관련 업계에서는 하반기 이후 내년까지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선 양사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인 증설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해온 결과다. 양사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이후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된 바 있다.
-
현재 양사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선 삼성그룹의 배터리 사업 투자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삼성SDI가 3사 중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보수적 투자 전략을 취한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배터리 시장이 여전히 성장 초입에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서는 증설 후 고객사를 확보하는 LG에너지솔루션(LGES)·SK이노베이션에 비해 수익성을 중시하는 삼성SDI의 사업 전략을 더 높게 평가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삼성그룹의 240조원 규모 투자 계획에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존재감이 미미했던 데다 점유율 역전이 겹치며 이런 시각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룹 내에서 현재 삼성SDI의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가 그리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 측에서는 미국 현지 진출 계획을 계속해서 추진하려는 의지가 확실하지만 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에는 담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스텔란티스 외에도 현지 전기차 스타트업을 포함해 다른 고객사를 잡기 위해선 4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한데 힘이 실리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
역설적이게도 시장 점유율이 미끄러진 직후 삼성SDI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대장주 지위에 올랐다. 지난 2일 삼성SDI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51조5733억원으로 LG화학을 넘어섰다. 같은 날 종가 기준 LG화학의 시가총액은 50조1911억원. 고객사 리콜 문제로 LG화학 주가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부지리 격으로 대장주가 된 셈이다.
사업 전략 외에도 사업부 분할·충당부채 등 이슈가 겹쳐지며 3사의 시장 지위가 혼선을 빚으며 적절한 투자처를 고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3사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오는 10월 배터리 사업부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이전까지 주가를 전망하기 힘든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고객사 전기차 화재로 인한 리콜 문제에서 가장 자유롭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쟁사의 기업공개(IPO) 이슈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LG화학 주가는 LGES의 리콜 원인 조사 및 IPO 일정 문제로 불확실성이 극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SDI가 글로벌 2위 배터리 사업과 함께 소재·화학 사업을 보유한 LG화학보다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선 정유 사업 가치가 실종된 건지 배터리 사업 가치가 실종된 건지 모르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라며 "누가 더 많이 하락했느냐로 시총 순위가 결정되고 있다 보니 3사 중 어느 기업이 가장 투자처로 적합한지를 따지기도 복잡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