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관심은 SK배터리 IPO·SK이노 주가
증설에만 10조 이상…당장 상장 어려운데
프리IPO는 여론 눈총…SK이노 주가 관리 부담까지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석유개발(E&P) 사업부 분할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기업공개(IPO)에 나서기까지 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 신설법인이 제값을 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 나서기엔 눈총이 따갑다. 분할 상장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주가 관리 문제까지 부담을 가중시킬 거란 분석이다.
16일 SK이노베이션이 주총에서 배터리와 E&P 사업부 물적분할 안을 원안대로 승인하며 오는 10월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앤피주식회사(가칭)가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당장 투자자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SK배터리가 언제 상장하느냐와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어떻게 흘러가느냐다.
시장에선 이번 분사의 궁극적 목표를 SK배터리의 성장 재원 마련을 위한 외부 투자 유치로 보고 있다. SK배터리를 100% 자회사로 분사시켜 상장하는 방식이 아니고선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관련 업계에선 SK배터리가 2025년까지 생산 설비 확장에만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40GWh 수준인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200GWh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데, 통상 10GWh 증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조원이다. 합작법인(JV)과의 공동 투자와 이미 투자한 금액을 감안하더라도 11조원 이상이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체 현금흐름으로 감당이 불가한 액수이기 때문에 결국 이번 물적분할은 외부 차입을 위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라며 "지주회사가 되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SK배터리 상장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필요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주총장에서 하반기 상장 가능성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 SK이노베이션 측도 "어려울 것 같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SK배터리는 아직까지 적자 기업이다. 당장 상장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눈높이에 걸맞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수익 구간에 들어선 이후 상장 채비를 갖출 수 있었다. SK배터리는 내년 하반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SK배터리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상장을 추진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상장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프리 IPO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내년 하반기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연간 기준으로는 순현금 창출이 불가능한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일부 사모펀드(PEF) 사이에서 SK배터리 프리 IPO 참여 가능성을 검토한 사례도 전해진다.
반면 여론을 고려하면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7월 분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로 주총을 통과한 이날까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LG화학의 경우 주주 반발을 맞닥뜨리며 LG에너지솔루션(LGES)에 대한 보유 지분을 70~80% 이상 유지하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SK배터리 프리 IPO에 나설 경우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 IPO를 받을 경우 기업 가치(EV)를 얼마나 인정받는지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라며 "통상적으로 실제 기대하는 눈높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만큼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의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
SK배터리의 상장 계획을 둔 회사와 투자자 간 눈치싸움이 길어질수록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답보 상태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주총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전 거래일 대비 4.44% 하락한 23만7000원에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배터리 주식을 배당 형태로 지급하는 등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투자 심리 회복에 효과는 미미한 탓이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LGES의 상장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을 경우 저평가된 SK배터리 가치가 SK이노베이션 주가 회복에도 도움이 됐을 수 있었겠지만 상황이 복잡해졌다"이라며 "SK배터리 재원 마련 문제와 SK이노베이션 주가 관리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기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