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 전환 투자 속도…목표는 주가부양
'주가 4만원 만든 CEO'업적 달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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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KT가 연이어 M&A(인수합병)을 발표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올해 호실적과 고배당 정책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구현모 KT 대표가 임기 2년차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업적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KT는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인 엡실론 글로벌커뮤니케이션 지분 100%를 1억4500만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말레이시아 쿠옥그룹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구현모 대표가 취임한 후 처음으로 나온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사례다. 대신증권의 자회사인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와 공동투자 형식으로 지분을 인수한다. KT는 엡실론의 경영권을 갖고, 대신PE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이어 10일 KT의 음악서비스 업체인 지니뮤직은 국내 구독형 전자책 1위 업체인 ‘밀리의 서재’ 지분 39%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지니뮤직의 최대주주는 KT의 모바일 미디어사업부가 분사한 KT시즌이다. 음원 플랫폼에 전자책·오디오북 콘텐츠를 덧붙여 ‘구독 경제’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KT는 주가 부양의 차원에서 크고 작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구 대표가 올해 ‘몇 건’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직후부터 주가 부양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주가가 저평가된 점이 제일 큰 고민”이라고 밝히며 주가를 끌어올리겠단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비 약 1억원을 들여 자사주 400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 주가 상황을 관리하는 별도 조직을 꾸리는 등 전사 차원의 노력을 가하고 있다.
‘디지코 전환’을 위해 인공지능, 클라우드, 미디어, 금융, 로봇, 헬스, 커머스, 부동산, 모빌리티 등 8대 신사업 위주 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6월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투자했고, 10월 현대HCN과 현대미디어를 각각 4911억원, 29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3월 528억원을 출자해 그룹 내 미디어 컨트롤타워인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했고 4월엔 미디어 솔루션 기술기업 알티미디어를 220억원에 인수했다. 4월 뱅크샐러드에 250억원, 6월 웹케시 그룹에 236억원을 투자했다.
구 대표는 취임 직후 미래가치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AI·DX 신사업 부문 역량 강화에서 나선 바 있다. 미래가치태스크포스는 설립 이후 1년만에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상됐고, 기존 경영기획부문 전략기획실이 담당하던 M&A 업무도 위임받았다. 미래가치추진실은 구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형욱 전 플랫폼사업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비통신 강화 전략과 함께 실적은 나쁘지 않다. KT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KT의 2분기 매출은 6조276억원, 영업이익은 475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38.5% 늘어났다. 10년 만의 최고 실적이다.
‘선순환’을 노리는 주주친화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별도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정책을 2022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결산 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22.7%(250원) 올린 1350원으로 지급했다. KT의 배당 성향은 통신 3사 중에서도 가장 높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KT가 배당금을 상향해 주가 상승에도 배당기대수익률 7%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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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결실(?)로 KT 주식이 최근 들어서는 우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 KT의 현재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3만2650원으로, 올해 들어 약 35% 올랐다. 1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숙원이었던 3만원 이상으로 올라왔다. 취임 1주년 시기인 올해 3월 구 대표가 “3만원도 낮다”고 아쉬움을 밝힌 바 있다. KT 주가가 3만원을 돌파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약 28개월 만이다.
올초만 해도 여전히 주가가 2만원대 횡보를 거듭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1월 6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3000 고지를 밟았을 때도 KT의 주가는 5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러한 주가 부양 노력의 배경에는 KT의 상수가 된 ‘CEO 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점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민영화 이후 지난 17년 간 꾸준히 수장의 ‘불명예 퇴진’을 이어왔다. 2기 CEO 남중수 전 KT사장은 2008년 연임 후 정권 교체 후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구속 기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후임인 이석채 전 회장은 2012년 연임에 성공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배임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자리를 내놨다. 현재 구현모 KT 대표이사와 황창규 전 KT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후 2년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에 구 대표가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안전하게’ 임기를 이어가거나 마무리하기 위한 업적이 필요하단 평이다. 대주주가 없는 KT의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44.14%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12.98%을 보유하고 있다. 외부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의 펀더멘탈 강화 보다는 배당 강화와 주가 상승이 가장 만족스러운 일인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주가 올리기에 힘쓰고 있는 건 구 대표 입장에선 본인의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크다”며 “내년 대선 후 정권이 바뀌면 또 자리가 흔들릴 수 있는데 어쨌든 본인이 KT 대표로 롱런을 하고 싶다면 ‘10년 만에 주가를 4만원 만든 CEO’가 되어 외국인 주주들, 국민연금 등이 밀어줘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