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NG해운 매각, 성패 핵심은 결국 LNG발전 장기 수요 전망
입력 2021.09.24 07:00
    현대LNG해운 7년만에 매물로…사업 전망 불투명
    친환경 발전 기조 강화…LNG 운송 감소 가능성
    가스공사와 계약은 안정적…재계약 낙관은 어려워
    매각자 욕심 크지 않지만 강한 원매자 있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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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LNG해운이 7년만에 매물로 나왔다. 장기운송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아직 시장의 주목도는 낮다. 결국 앞으로도 이런 계약을 꾸준히 맺을 수 있느냐, 한국 내 LNG 수요가 계속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냐가 핵심인데 전망이 불투명하다. 점점 강해지는 친환경 에너지 기조나 주변국의 움직임 등을 보면 LNG 운송 일감이 앞으로 크게 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7일 M&A 업계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와 IMM PE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삼아 원매자들을 찾고 있다. 일부 전략적투자자(SI)와 국내외 사모펀드(PEF)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LNG해운은 HMM(옛 현대상선)의 LNG 전용선 사업부문이 전신으로 2014년 IMM컨소시엄이 인수했다. 당시 현대LNG해운의 기업가치(EV)는 약 1조원이다. HMM은 현대LNG해운 지분 80%를 팔아 4000억원을 마련했고, LNG 사업 관련 부채도 5000억원 덜었다. 컨소시엄은 HMM이 추진하던 해외 셰일가스 프로젝트 수주가 무산되자 계약에 따라 잔여 지분 20%도 넘겨 받았다.

      현대LNG해운은 당시 국내 LNG 수입의 20%를 책임졌는데 한국가스공사(KOGAS)와 10년 이상의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었다. 국가 에너지 정책과 연계된 터라 마진율은 박해도 안정적 실적을 냈다. 회사는 컨소시엄에 인수된 후 매출이 1000억원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작년과 재작년 2000억원을 넘어섰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최근 몇 년간 150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현대LNG해운은 작년말 기준 가스공사와 9척의 배에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가스공사가 사업의 핵심인데, 앞으로도 계약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발전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이번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하며 다른 발전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년 LNG 발전 비중은 30% 가까이 높아질 전망이다. LNG 수입량도, 선사의 일감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LNG는 장기적으로 각광받을 발전원은 아니다.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을 뿐 ‘친환경’ 대접은 받지 못한다. 클린 에너지로 가는 전환기에 잠시 쓰일 수단이다. 탈원전, 탈석탄을 외치는 이번 정부에서조차 LNG 발전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전력수급 계획은 장기 전략이고, 내년부터는 새 정부 임기가 시작되는 만큼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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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는 발전원을 가리지 않고 소비를 늘려가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치고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는 나라에선 LNG 소비량이 줄어든다. 이웃나라만 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서도 LNG 소비가 급격히 는 반면, 일본은 줄어들고 있다. LNG 발전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됐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추세를 비슷하게 따라 왔다. 앞으로 LNG 수입량이 줄어들 수 있고, 현대LNG해운은 운송계약 기간 만료 후 재계약을 따내기 어려워 질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민간 사업자의 수입이 늘고 있어, 가스공사의 역할 비중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최근엔 가스공사가 가스 수입 수송을 비용이 싼 외국선박에 맡겨 해운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현대LNG해운은 계약 상대방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월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LNG장기용선 계약을 맺었다. 국내 해운 선사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앞으로 남은 계약 파이프라인도 든든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매각자가 원하는 지분 가격이 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단 수주가 계획대로 이뤄지고 수주 효과가 차질 없이 발현돼야 가능한 숫자란 평가가 나온다. 매각자 측에선 2060년까지의 현금흐름을 투자자들에 제시하고 있지만, 재계약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2030년 이후의 예측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의 핵심은 결국 LNG 산업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인데 갈수록 LNG 발전 비중은 줄어들 것이고, 가스공사와 계약 만료 시 현대LNG해운이 재계약을 이끌어 낼 것으로 낙관하기도 어렵다”며 “매각자의 눈높이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으로 따지면 신규 수주한 것과 앞으로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까지 반영해야 나올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매각자가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해도 매각 완료까지는 갈 길이 멀다. 회사가 안정적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해운업에 큰 돈을 쓸만한 후보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거론되는 SI는 자금력이 넉넉지 않고, PEF들은 주기가 긴 사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현대LNG해운보다 나은 계약을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잠재 매물이 있는 것도 부담이다.

      옛 주인인 HMM은 현대LNG해운에 관심이 있었지만 인수전에 모습을 비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산업은행에 인수 의향을 내비쳤지만, 긍정적인 답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HMM 경영권 매각에 앞서 소수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기업까지 붙여 덩치를 키우면 회수 길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