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엔 문외한' 평가받던 운용사들, 잇따라 전문 인력 수혈
입력 2021.09.24 07:00
    투자 앞서 질문의 질 높여야…바이오 인력 충원
    저연봉 등에 비인기던 운용사에도 관심 갖는다
    높아진 문턱에 신규 상장 바이오社 감소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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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바이오 관련 지식을 가진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신규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이미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데 앞서 리서치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란 분석이다.

      '기술특례상장제도' 덕에 바이오 관련 상장사가 대폭 늘어났지만, 막상 직접 투자에 나서는 운용역들에 바이오 산업이란 이해하기 녹록지 않은 업종이었다. 바이오가 핵심 투자종목군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뒤늦게라도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모양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KB 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들은 최근 잇따라 바이오 관련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채용했다.

      바이오 기업에 보다 신중하게 투자하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코스닥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 제도가 시행되면서 상장에 도전하는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크게 늘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의 비중은 2017년 전체의 13%에서  2019년 20%대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신규 상장하는 기업 넷 중 하나는 바이오 기업일 정도다. 

      그럼에도 직접 투자에 나서는 기관투자자인 운용사들은 정작 바이오 기업 분석에 애를 먹어왔다. 이들이 맡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데 소화해야 하는 기업분석 업무량 강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운용사 재직 시절 줄기세포를 다루는 기업들을 분석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공부량이 굉장히 많고 이해가 어려워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라며 "당시만 해도 국내 최상위권 대학의 생명공학 전공생들은 운용사에 취직하기를 꺼려 했다. 학교에 원서를 배부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운용역들의 질문의 수준이 높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에 일부 발행사들은 운용역들이 예리한 질문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업설명회를 준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 상황은 바뀌었다는 평가다. 바이오 전공 인력들이 벤처캐피탈(VC) 심사역으로 거듭나거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성장하는 등 다양한 커리어(Career) 노선이 생겨났다. 운용사도 이들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실제로 운용사에 바이오 전공 인력들이 유입되며 질문의 질도 상당히 올라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운용사는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데다 운용역이 주도적으로 투자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인기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 관련 상식뿐만 아니라 재무적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만큼 인력 풀(Pool)도 작다는 우려도 있다.

      한 바이오 관련 투자에 정통한 VC업계 관계자는 “성향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용사에서는 뭔가 직접 심사하고 투자를 주도하는 등 활약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입장 변화는 지속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최근 거래소는 가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통과한 기업이더라도 상장이 어렵도록 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모가 큰 바이오 기업은 올해 하반기에도 활발히 IPO에 나서는 중이지만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어렵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기능식품기업이나 미용 관련 바이오기업들 위주로만 바이오기업 상장 매물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 출신 인력들의 몸값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운용사들도 바이오기업 투자를 본격 하고 싶어하니 그 시장 수요가 늘고 바이오 인력들을 비싼 연봉을 주고 데려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며 "다만 신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줄고 있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