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덕분에 웃은 운용사, 거래대금 줄며 울상지은 증권사
입력 2021.09.24 07:00
    2분기 순익 급감한 증권사와 달리 운용사 역대 최고치 실적
    “ETF 열풍에 기관펀드 운용보수 증가”…역대급 실적 견인
    운용업계 “개인 직접투자 자금 펀드로 흘러갈지 주목”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지부진한 코스피에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웃고 증권사는 울었다. 올해 1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나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2분기 들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운용업계에서는 개인의 직접투자 자금이 펀드로 흘러갈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기대를 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의 순이익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2분기 자산운용사 335개사의 순이익은 6094억원으로 1분기보다 3.2%, 전년 동기보다 91.6% 크게 증가했다. 코스피 지수 상승에 자산운용사들의 운용자산이 불어났고 운용보수도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2분기 순이익이 급감한 증권사와 대조적이다.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 48곳의 순이익은 2조3172억원으로 전분기(2조9943억원)보다 22.6% 급감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의 거래대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아 증권사의 실적은 증시 상황에 따라 좌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특히, 자산운용사 4곳 중 3곳이 흑자를 내는 데 성공하면서 자산운용업계의 전반적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335개사 중 253개사가 2분기에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자산과 성과 보수가 늘어나며 자산운용사의 2분기 수수료 수익은 1조103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9.4% 늘어났다. 운용자산도 1268조5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2.5% 증가했다. 

      특히 ETF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순이익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 순이익이 3694억원, 영업이익이 2284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5%, 108.3% 증가한 수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ETF와 TDF(타깃데이트펀드) 중심으로 수탁고가 올해만 11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순자산 규모가 151조원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점유율이 목표치인 30%를 넘어섰고 TDF 수탁고도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하기도했다. 

      올해부터 업계 최저 운용보수 전략으로 공격적인 ETF 시장 공략을 펼치던 KB자산운용도 상반기 40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에 순이익 기준 업계 3위던 KB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에 삼성자산운용보다 근소하게 앞서며 업계 2위로 안착했다. 

      KB자산운용의 호실적은 ETF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의 8월 기준 ETF 순자산가치총액은 5조6793억원으로 시장점유율 8.9%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6.5%)보다 2.4%포인트, 전월(8.7%)보다 0.2%포인트 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ETF로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ETF 라인업이 탄탄한 운용사들이 3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 및 채권 뿐만 아니라 해외 대체투자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친 자산운용사들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에 강한 운용사들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대체투자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이 816억원으로 영업수익 기준 업계 4위를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의 운용보수는 100~150bp(1~1.5%)로 국내 채권 운용보수인 7~8bp(0.07~0.08%)와 비교도 안 되게 높다”며 “대체투자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친 운용사일수록 증시 변동성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최근 주식형 공모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움직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2019년 11~12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두 달 연속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은 처음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간접 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부터 시작된 직접투자 열풍이 간접투자로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기대하고”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