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證에 딜 표본조사 요청하기도
발행사 "망한 딜로 평가받는데" 푸념도
'한정된 조사역 인원에 연기 요구하는 듯'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발행사들이 연이어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발행사들로 하여금 상장 일정을 요청한 데 따른 결과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공시국 조사역의 수는 한정돼 있는데, 올해 유난히 IPO 거래 수가 급증하면서 개별 증권신고서에 대한 꼼꼼한 감독이 어려워서란 분석이다.
또한 금감원은 증권사들로 하여금 표본조사에 동참할 것을 주문하는 등 IPO 시장 감독의 수위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과열된 IPO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는 모습이란 평가지만, 발행사들은 자금조달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투덜대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이 줄이어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15일 리파인과 시몬느악세서리컬랙션이 공모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리파인은 이달 말까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10월 초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한 달 가량 미루어 10월 말 상장이 예정됐다.
시몬느악세서리컬렉션도 당초 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기간을 한 달 정도 미룬 상태다. 상장도 11월 중 이뤄진다. 아직 명확히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페이도 상장일정이 한 차례 더 연기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
증권가에서는 금감원이 발행사들로 하여금 상장 일정을 연기하라는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증권신고서 관리·감독은 금감원의 기업공시국에서 맡고 있다. 해당 부서에 속한 조사역의 수가 한정돼 있는 만큼 이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개별 증권신고서를 살피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증권신고서가 다량으로 쏟아지니 금감원 기업공시국 입장에서도 한정된 조사역 인원수로는 올라오는 신고서들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일정을 조율해서라도 꼼꼼히 살펴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은 증권사들로 하여금 표본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에게 지난해 8월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상장시킨 종목 중 3곳을 골라 배정 기준과 배정상세 내역 등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주관사는 딜 주관 업무에 더해 금감원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금감원이 과열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본격 나섰다는 긍정적 평이 나온다. 다만 발행사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어그러지는 등의 부작용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여전하다.
일부 발행사에선 저항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IPO 일정이 연기되면 '실패한 IPO 딜이다'라는 평이 나오는 까닭에서다. 이에 발행사와 금감원 사이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주관사들도 난처해졌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상장일정 연기를 공시하면서 '자진'했다곤 하지만 물밑에서 금감원이 요청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처음에는 피어그룹이나 규제로 인한 여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 상장 일정 연기를 지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