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주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많이 살 수 있어
코스닥 직상장 수월해지자 코넥스는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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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투자의 수요가 증가하고 공모주 열풍이 불며 장외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대어급 공모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상장 전 장외주식을 선점하려는 의도에서다.
장외주식 열풍 속 코넥스 시장은 오히려 기업과 투자자 모두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으며 코넥스 시장을 거치지 않아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쉬워진 탓이다.
지난달 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5억원으로 올해 1월 108억원에 비해 하락했다. 코넥스는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지원과 모험자본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2013년 7월 개설된 주식시장이다.
같은 기간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50% 증가한 6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8커뮤니케이션'·'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여러 비상장 주식 거래플랫폼을 고려한다면 장외주식시장의 규모가 코넥스보다 더 큰 셈이다.
K-OTC는 유일한 제도권 내 장외거래 시장으로 검증된 기업만 거래가 가능해 다른 플랫폼보다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장외주식 시장 현황과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비상장 주식 계좌대체 규모는 30억주에 달했으며, 그 중 3억주가 제도권에서 거래됐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상장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1999년 출시), 대형증권사와 핀테크 업체가 협업해 출범한 증권플러스 비상장(2019년 출시)·'서울거래소 비상장'(2020년 출시), 소수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는 '엔젤리그'(2020년 출시) 등 다양한 비상장 주식 플랫폼이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이 비상장주식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공모주 경쟁률이 심해지자 아무리 많은 청약금을 넣어도 원하는 수량만큼 주식을 받기 어려워졌다.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現 하이브)는 지난 10월 일반 공모주 청약에 58조원이 몰리며 1억원을 넣어도 평균 2주(공모가 13만5000원)밖에 받지 못했다.
이에 비상장주식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각됐다. 비상장주식에 미리 투자해 원하는 만큼 보유하고 있다가 주식이 상장하고 가격이 오르면 파는 식이다. 빅히트의 경우 지난 9월 매수 호가가 20만원대였다. 희망 공모가격을 발표한 이후 '따상' 기대감에 주가는 30만원대로 올라갔다. 빅히트가 따상에 성공할 경우 주가는 35만1000원까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공모 절차에 들어가기 전 비상장주식을 살 경우 공모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8월 한 달간 인기를 끈 비상장 주식에는 크래프톤·카카오페이·두나무 등이 있다. 테마별로는 핀테크주가 상위권에 몰려있고, 게임주와 바이오주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비상장 주식 플랫폼 관계자는 "제조업 기업이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등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친숙한 비상장 기업이 많다"며 "인기 종목일수록 주가 성장세가 더 뚜렷한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당초 개설 목표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2016년 역대 가장 많은 기업(50개)이 신규 상장한 이후 상장 기업 수는 꾸준히 줄고 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2개)로 떨어졌다. 이전상장 완료 기업 수도 2020년 12개사에서 올해 7개사로 줄어들었다.
이는 코넥스를 거치지 않아도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직상장하는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6년 10월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상장) 신설 등 상장·공모제도를 개편해 적자 기업이라도 특정 요건에 부합하면 상장이 가능해졌다. 장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이 조성된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기술 특례상장과 성장성 특례상장을 운용하며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112개며, 지난해는 25개를 기록하며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했다. 기술 특례상장은 거래소가 인증한 전문 평가기관 2곳에서 기술 평가를 받아 각각 A·BBB 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주관사(상장주선인)가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한 경우 가능하다.
코넥스 시장의 접근성이 낮은 점도 한몫한다. 코넥스에 상장하는 기업은 상장 첫해 심사 수수료와 매년 자문 비용, 분기별 유지 수수료를 증권사에 지불해야 한다. 반면, 장외주식시장은 진입과 유지에 드는 비용이 없다. 투자자도 코넥스에서 거래하려면 기본예탁금 3000만원이 필요하다. 2013년 코넥스 출범 당시 3억원에서 2015년 1억원, 2019년 300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단 평가다. 작년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논란이 된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등 파생상품도 1000만원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거래소는 예탁금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코넥스 예탁금 1000만원으로 인하'와 관련한 한 언론보도에 거래소는 정해진 내용이 없다며 해명했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코넥스 기업의 의무 공시 항목은 29개로 코스닥(52개)보다 적고 분기 실적 공시 의무가 없다"며 "정보 비대칭성이 높아 투자자의 리스크가 큰 편이라 투자자 보호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