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전망에 혼란겪던 국내 채권시장도 주목
"헝다 붕괴시 장기적 영향 우려도 잔존"
-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채권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그간 국내를 비롯해 미국에서의 금리 상승 가능성이 짙었던 까닭에 채권 시장에 혼란이 가중된 바 있다.
연내 금리 추가 상승 전망이 짙어지며 장기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주로 펀드에 채권을 담는 하우스 중 금리를 미리 낮게 찍어 놓은 곳들이 그러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00~0.25% 수준으로 동결한 뒤 "결정된 것은 없지만 회의참여자들이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유지되는 한, 내년 중반에 끝내도록 점진적인 테이퍼링이 적절할 것이라고 봤다"라고 밝혔다. 착수되지도 않은 테이퍼링의 종료 시점을 언급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시작 시점을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았다. "테이퍼링 시행 기준 충족 여부는 이르면 다음 회의 때 결정될 수 있다"라는 발언으로 갈음했다. 다음 회의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올해 말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제 파월 연준의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테이퍼링을 빨리 할 것 같다"라며 "2023년 쯤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내년 당장 테이퍼링을 진행할 수도 있는 분위기로 급전환됐다"라며 채권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미국 국채가격이 하락했다. 통상 국채수익률은 채권의 가격과 반대인 경향을 띄는데,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오전 12시 기준 전거래일(1.410%)보다 2.65% 상승한 1.447%을 기록 중이다.
-
그간 국내 채권 시장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에 혼란을 겪어왔다. 올해 들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한 번 추가 이상 단행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긴축 시그널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17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한달간 3500억원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꾸준히 이어진 대다수의 연준 이사들의 테이퍼링 연내 실시 지지 발언 등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뚜렷해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준금리가 상승하기 전에 서둘러 채권을 펀드에 담아야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보수적으로 채권을 담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보험사들도 최근 10년 이하로 듀레이션(Duration)을 짧게 두기도 했다. 채권가격 하락폭 확대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데 해당 하락폭은 채권의 듀레이션에 비례한다.
테이퍼링 실시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간 낮은 금리로 미리 채권을 찍어놓은 하우스는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상품팀, 랩운용부, 사모펀드운용부 등 주로 채권을 담는 하우스들 중 2~3개월 전에 1% 초반대의 발행금리 채권을 매수한 곳은 물려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을 언급한 비슷한 시기 헝다그룹 파산 가능성이 부각되며 이 또한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크레딧 시장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큰 여파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으론 헝다그룹의 붕괴가 채권시장에 타격을 줄 순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