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신세계·포스코 등 대기업 자금조달 계속
제약·바이오 발행 증가…삼성바이오로직스 데뷔
KB·NH·한국證 순…KB證 주관금액 14조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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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 3분기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곳간 쌓기가 계속됐다.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변동에 앞서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에 반기보고서 제출로 통상 공모채 시장 비수기인 7, 8월을 지나고 9월에 들어서자 기업들은 연말 전 막바지 발행에, 투자자들은 연말 북(book)클로징 전 매수에 분주한 분위기다.
투자 재원 마련에 바쁜 대기업들도 ‘저금리 막차’ 조달을 이어갔다. ‘큰 손’ SK그룹은 3분기에도 SK㈜, SK브로드밴드, SK가스, SK에코플랜트, SK렌터카, SK텔레시스 등 다수의 계열사가 공모채 시장을 찾았다. 친환경 신사업에 2023년까지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SK에코플랜트(A-)는 7월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2월 녹색채권으로 3000억원을 조달 한 후 5개월 만이다. 상장을 목표로 기업가지 제고에 한창인 SK에코플랜트는 M&A(인수합병) 등 사업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많아질 전망이다.
SK텔레시스(A+)는 7월 2018년 이후 약 3년 만에 300억원 규모의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8월 SK텔레시스의 반기검토보고서에서 감사인이 의견거절을 표명했는데, 신용평가사에서는 해당 사안이 이미 발행한 회사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전환’을 투자를 늘리는 포스코그룹도 9월 포스코,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이 공모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포스코는 2000억원 모집에 1조원 이상의 수요를 모으며 50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포스코건설(A+)과 포스코케미칼(AA-)은 각각 900억원과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LG그룹의 LG디스플레이는 2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했다. 2019년 2월 당시 AA-등급으로 발행한 뒤 현재의 A+등급에 녹색채권을 내세웠다. 모집금액인 3000억원의 4배 넘는 주문이 몰렸다. 실적 개선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파주 공장 친환경 OLED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추가 인수를 한 이마트(AA)는 회사채로 활발한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4개월만인 8월 초 5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마트는 지난 7월부터 두달 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약 6600억원을 조달했다. 신세계(AA)도 9월 말 8개월 만에 회사채 자금조달에 나섰다. 일부는 ESG채권으로, 친환경 건물인 장충동 도심연수원 공사대금으로 사용한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A+)이 올해 두 번째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총 1700억원 규모이며 일부를 ESG채권으로 발행했다. 9월 CJ제일제당(AA)은 2000억원 모집에 1조원 이상의 주문이 몰리며 37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이번 발행도 차환 등 자금조달 구조에 사용될 예정이다.
여전히 코로나 여파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BBB+)은 목표한 투자자 확보에 성공했다. 9월 29일 2000억원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22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하이일드채권임에도 동일등급 기업에 비해 회사채 금리는 낮은 편이다. 백신 보급 등 코로나 사태 완화 기대감,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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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제약 바이오 업체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기술 수출, 임상 결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 발행, 은행 대출로 자금 조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고, 기업들도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웅제약(A+)이 7월 초 9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 4월 광동제약(A)이 220억원, 5월엔 녹십자(A+)가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3분기엔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채 시장 데뷔를 했다.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A+)는 9월 설립 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해왔다. 이번에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3000억원)의 5배가 넘는 1조571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와 50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전액 인천 송도의 신규공장(4공장) 건설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9월 종근당도 설립 후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조달한 자금은 나파벨탄(코로나 치료제) 등 연구·개발(R&D) 대규모 임상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제약업종 리스크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 주문을 받는 등 만족스러운 데뷔란 평이다. 앞서 7월엔 종근당홀딩스(A+)가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3분기에도 DCM리그테이블은 KB·NH·한국투자증권 순위가 이어졌다. DCM 전체 주관 기준 KB증권이 주관 금액 14조2521억원으로 1위를 지켰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약 11조원, 7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상반기 전체 주관 기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점유율은 각각 17.53%와 14.36%로, 이번 3분기 각각 19.94%와 11.70%로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일반회사채 주관도 KB증권이 점유율 25.46%로 1위고 이후 NH투자증권(22.39%), 한국투자증권(12.68%)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