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받자마자 상장…일각선 "빠르지 않나"
국내는 경쟁↑…결국 해외 시장 선점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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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자회사 디어유가 상장을 앞두고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자본시장의 화두인 ‘메타버스’와 ‘플랫폼’이 모두 들어가 있어 불과 몇 달 사이 몸값이 4배 가까이 뛴 탓이다.
디어유는 해당 기업가치를 설득하기 위한 요소로 해외시장 선점과 구체적인 메타버스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본격 기업설명회(IR) 일정을 앞두고 실제 사업 성장 가능성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어유는 주당 평가가액을 2만7332원으로 산출했다. 비교회사는 카카오와 큐브엔터테인먼트, YG플러스, JYP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주가수익비율(PER) 평균 배수 약 53.46배가 적용됐다. 할인율을 적용한 공모가 범위는 1만8000원에서 2만4000원이다. 공모가 하단 기준 약 594억원을 공모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100% 신주 모집으로 구성되며 공모자금 가운데 약 77%는 글로벌 아티스트 영입자금으로 사용한다.
개발자 등 인재 충원을 제외하면 공모자금 대부분이 해외 시장 개척에 사용되는 셈이다. 디어유가 글로벌 시장 확장에 힘쓰는 까닭은 한국의 팬덤 문화를 인식하기 시작한 해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장을 시도할 당시부터 고평가·성급한 상장 등의 평가가 따라붙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디어유는 지난 6월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약 214억원을 지분투자를 받았다. 디어유 주식 260만3192주를 매각하는 조건이다. 당시 약 주당 5000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SBI펀드, 유니온미디어앤콘텐츠 조합, 알바트로스펀드 등 기관투자자들 역시 주당 가액 기준 4000원 중반에서 5000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 마무리 된 시점부터 따지면 4개월 만에 공모가 하단 기준 주당 평가가액이 세 배 넘게 오른 셈이다.
최근 화두인 메타버스와 플랫폼이 결합되며 단기간에 몸값이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상장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투자를 받고 1~2년 정도는 서비스 확장에 힘을 쏟은 뒤 성장성을 인정받고 상장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메타버스 등의 키워드가 주식시장에서 소위 ‘핫’하기는 하지만 투자 받을 당시 밸류에이션(Valuation)과 차이가 커 선뜻 투자하기 조심스럽다”라며 “한국거래소에 청구했던 금액 역시 2만원대 초반이었는데 몇 주 만에 공모가 상단이 2만4000원까지 올라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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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적 성장세는 탄탄하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출시한 버블(DearU Bubble)이 주요 매출처다. 아티스트 한 명당 월 45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직접 메시지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18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130억원을 이미 웃돌았다. 구독 매출 가운데 아티스트 제출용 약 30%의 정산금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출로 집계된다. 현재 구독자는 약 120만 명 정도로 약 90%의 구독 지속율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의 배경으로는 방탄소년단으로 유명한 하이브의 위버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 팬 플랫폼의 경쟁구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주요 아티스트들은 이미 각각 팬십 플랫폼에 소속돼 있어 ‘확장성’엔 해외 아티스트의 IP(지적재산권) 확보가 필수다.
현재 디어유 버블과 서비스 면에서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는 NC소프트의 유니버스다. 최근 소니뮤직코리아와 협업으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아티스트 영입이 예상된다. 위버스는 메시지 기능보다는 팬 커뮤니티 위주지만 아티스트 파워가 압도적이다.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빠르게 이용자를 늘렸고 블랙핑크도 최근 입점해 힘을 보탰다.
올해 하이브가 미국의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저스틴비버, 아리아나그란데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입점이 예상된다. 만약 위버스가 BTS를 무기로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메시지 기능을 서비스 한다면 자칫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디어유의 빠른 상장 시도는 국내 경쟁사보다 앞서 해외 아티스트 팬덤 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모자금이 대부분 해외 아티스트 영입을 위한 M/G(Minimum Guarantee, 선급금) 지급에 사용되는 이유다. 1~3년 치 선급금으로 미리 아티스트와 계약을 맺고 플랫폼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 판권 획득이 관건이듯, 팬덤 시장에서는 아티스트 확보가 향후 사업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일찍이 일본 시장을 개척해왔고 슈퍼주니어M을 통한 미국 진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디어유는 해외 유명 기획사와 협력 및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논의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 첫 해외 아티스트 영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디어유 버블의 해외 이용자는 약 72%에 이른다.
디어유 관계자는 “기획사가 직접 팬들을 관리하고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팬덤 문화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라며 “H.O.T 시절부터 팬덤 문화를 키워온 SM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팬덤 문화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