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하락 후 박스권 횡보
외국인 매도할 때 국내투자자도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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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국내투자자가 해외에선 지수가 올라가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수하는 반면, 국내에선 지수 하락에 베팅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해외증시와 달리 국내증시는 상황이 좋지 않을 거란 전망 때문이란 평이다.
국내주식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추적하는 '곱버스' ETF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포함해 최근 한 달 거래량 상위 5개 종목 중 3개가 인버스 ETF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은 'ProShares UltraPro QQQ'(TQQQ)다. TQQQ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3배로 추적하는 레버리지 ETF다. 올해 TQQQ의 순매수 순위는 10위였으나, 최근 자금이 몰려 1위를 달성했다. 2위인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A'와 비교해도 순매수 결제액이 25%가량 더 많다. 이외에도 순매수 상위 50종목 중 6종목이 3배 레버리지 ETF다. 인버스 ETF는 순위권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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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거래 상위 종목에 서로 다른 성격의 ETF가 자리하는 건 국내투자자가 국내외 증시 전망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국내에서 지수가 떨어져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 ETF가 활발히 거래되는 건 투자자가 국내주식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해석이다. 반면, 해외주식은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초과수익을 내고자 지수 상승의 3배를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다는 분석이다.
해외주식 투자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보관잔액의 약 83%를 미국주식이 차지하고 있다. 보관잔액은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사들여 보유한 금액과 해외주식 거래를 위한 외화예탁금 등을 합친 금액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경제 여건에서도 증시가 좋으며 위기를 겪어도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코로나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이번 달 초에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국내증시는 지난 6월 16일 3316.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횡보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2.85%, 11.22% 오르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4.52% 하락(9월 27일 기준)했다.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는 건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외국인 매수 영향을 받는 국내주식 특성상 환율이 안정세를 보여야 하는데,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환율이 장중 한때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1186.4원까지 올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테이퍼링과 헝다그룹 이슈에 최근 환율이 급등했다"며 "특히 중국에서 이슈가 터지면 아시아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패시브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외 불확실성에 국내투자자도 외국인과 함께 해외주식에 눈을 돌린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는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4월을 제외하고 월별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8월(7조8160억원)은 5월(10조1670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규모다. 코로나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난 3월에는 13조4500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국내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산업은 당분간 전망이 어둡고, 최근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 규제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 상태"라며 "미국 증시는 테이퍼링이 시행되면 불확실성 리스크가 사라져 더욱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