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본업 성장성에…‘글로벌·신사업’ 본격 투자하는 CJ제일제당
입력 2021.10.07 07:00|수정 2021.10.07 10:36
    펀드 자금 회수, 회사채로 곳간 쌓고
    건기식 사업부 분사 등 신사업 확대
    LA레이커스 발판삼아 美시장 공격 홍보
    "성장성 줄어든 본업 보완하기 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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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CJ제일제당이 연이은 투자 행보를 보이며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명문팀인 LA레이커스와 ‘비비고’ 브랜드 홍보를 위한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본격 해외시장 투자에 나섰다. 국내 식품 시장 성장성이 줄어들면서 사업부 매각과 분할,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의 이벤트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 CJ셀렉타(Selecta)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J셀렉타는 농축대두단백 생산 글로벌 1위 업체로, CJ제일제당이 2017년 3600억원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계열사 출자로 CJ셀렉타 지분 53%를 인수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조성한 ‘스틱-CJ 글로벌투자파트너쉽펀드(코파펀드)’를 통해 나머지 37%를 매입했다. 이후 추가 인수로 지분 100%을 확보했다. 코파펀드의 만기가 2022년 말로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펀드 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검토하는 것이란 관측이다. 

      자금 회수와 동시에 신사업 확장도 나선다. 앞서 7월 CJ제일제당은 건강기능식품 사업부 분할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건기식을 새 먹거리로 확장하기 위해 분사 후 사모펀드(PEF) 등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CIC(사내 독립기업) 형식으로 식품사업부 안에 건기식 사업부를 두고 있다. 7월에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인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한 것도 ‘맞춤형 건기식’ 및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성장세가 높은 시장이긴 하지만 큰 성장동력으로 꼽기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CJ제일제당이 특화해 온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현재 국내 건기식 시장은 제약업체와 홍삼제품 등이 주도하고 있다. 식품 대기업인 CJ제일제당이 도전장을 내미는 셈이다. CJ제일제당은 2012년 다이어트 음료 펫다운으로 건기식 사업에 진출했고 바이오유산균, 한뿌리(홍삼), 리턴업(비타민) 등 주력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호실적의 핵심인 해외 부문 확장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미국 중부에 17만평 규모의 생산기지 부지를 확정하는 등 확장을 노리고 있다. 슈완스 인수 전에는 비비고 브랜드가 보통 한인마트, 코스트코 등 채널이 한정됐지만 이후 현지 유통망을 넓히면서 대중성이 높아졌단 평이다. 미국에선 만두부문 시장 점유율 40%를 넘겼다. 

      LA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 체결도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5년간 1억달러(약 1185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NBA 평균을 고려해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 ‘주류 시장’으로 인식을 넓히기 위한 투자 의지가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비비고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25% 증가한 2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해외 매출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음식료 부문이 다른 산업에 비해 너무 ‘재미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CJ제일제당이 지난해에서 2분기까지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 정도로 잘나오다가 3분기 실적은 원가 부담 등으로 그 정도는 아닐 것으로 예상돼 아무래도 이것저것 이벤트를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할 일’이 많은 CJ제일제당은 올해 연이어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2년 만에 회사채로 2900억원을 조달했고 이어 9월 3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앞서 연초 주총에서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올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첫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내는 등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글로벌 대형 신제품 개발, 전략적 인수합병(M&A), 미래 신사업 육성 등에 집중하겠단 계획이었다.

      올해는 CJ 그룹 차원에서 재무구조 재정비와 경영권 승계 작업을 준비하면서 ‘조용히’ 보내는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슈완스 인수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그룹의 주축인 CJ제일제당이 재시동을 걸면서 그룹 전반에서 딜이 이어질 수 있단 평이다. 최근 CJ그룹은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CJ올리브영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상장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