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경까지 달라진다"…다시 고개드는 쿠팡 위기론
입력 2021.10.07 07:00|수정 2021.10.07 10:36
    줄곧 바닥권 머무는 쿠팡 주가…'반쪽'된 시총
    플랫폼 규제 리스크로 분위기 달라진 주식시장
    "금리인상 대비 투자자 조기 회수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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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 위기론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연일 이어진 주가 폭락이 도화선이 됐다.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유력한 '최후 승자'로 꼽혀왔지만 점차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플랫폼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증시 여건이 규제 리스크로 달라지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이 이에 일찍이 유동성을 회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쿠팡 주가는 지난달 30달러대가 최초로 깨진 이후 줄곧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상장 초기 100조원을 기록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40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보호예수 해제로 매도 물량이 단기간 늘어난 영향이 있다. 대주주들도 일부 주식을 매도해 보유지분을 축소했다. "쿠팡의 성장성을 믿기 때문에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던 소프트뱅크그룹은 보유주식 중 10%를 처분했고, 2대주주 그린옥스캐피탈도 2조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팔아치웠다. 

    • 여건상 대주주들의 추가 지분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으론 ▲확장기조 유지로 불투명해진 흑자전환 ▲불가피한 추가 유상증자 및 지분희석 우려 ▲전세계적인 플랫폼 규제 추세 등 크게 세 가지가 언급된다. 

      우선 쿠팡의 턴어라운드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크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팡은 흑자전환도 노려볼 만큼의 대규모 턴어라운드가 예상돼 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고, 커머스 부문에서 각종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수익을 내 연간기준 손익분기점(BEP) 도달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그러나 올해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 신사업 진출 투자규모가 크게 증가, 내년까지는 적자규모가 대폭 더 늘어나는 국면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금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현금이 넉넉해진 쿠팡Inc로부터 재차 현금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에만 두 차례 유증으로 약 6200억원을 조달했다. 

      자금 소진 속도가 가파른 만큼 증권업계 내에선 쿠팡의 추가 유증은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잇단 유증으로 보유지분 가치가 희석돼 왔던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플랫폼 규제 이슈는 쿠팡 위기론과 가장 맞닿아있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빅테크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한 견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 의회가 지난 6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겨냥한 반독점법안을 발의했고, 유럽연합도 빅테크 독점구조 개선을 위한 규제 신호탄을 쐈다. 

      뉴욕증시에 '제2의 아마존'을 내걸어 투자자들에 눈도장을 찍은 만큼 아마존의 위기는 쿠팡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 아마존은 현재 '약탈적 가격 책정과 수직통합으로 성장했다'는 논란에 직면, 사업확장 한계에 봉착했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규제 법안들이 미국 상·하원에서 통과돼 발효할 경우 플랫폼 규제는 전세계적인 경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전세계적 추세가 된 만큼 비단 국정감사와 대선정국에 따른 일시적인 이벤트는 아닐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유력한 '최후 승자'로 거론돼 왔던 쿠팡이지만 점차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모델은 업계 내에선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라는 시각이 많았다. 대부분의 이커머스가 상품중개성 플랫폼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쿠팡은 자체 물류망을 확보해 물품을 직매입하는 구조다.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갖추게 되면 경쟁사보다 훨씬 큰 규모로 수익화가 가능해진다. 

      다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금융환경이 이어진다'는 전제가 따라야 했다. 꾸준한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 시가총액 100조원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엔 역대 최고 수준의 유동성, 넘치는 돈에 너그러웠던 투자자들, 플랫폼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했던 증시 여건 등이 맞물려 있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이어진 유동성 장세로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었지만 금융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업 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금리인상 시그널이 나오는 가운데 쿠팡 같은 하이퍼 밸류에이션 명목의 종목들은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투자자들은 유동성 회수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탈 조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가 부진이 지속될 경우 사실상 유일했던 자본조달 수단마저 한계에 부딪히며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위기요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