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노리는 발행사들, 비교기업 통해 기업가치↑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가 하락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줄고 있다. 그나마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인 탓에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은 코스닥 기업에 자금이 쏠리는 판국이다.
문제는 이렇게 수요가 뒷받침되는 탓에 코스닥 신규 상장사들의 공모가 눈높이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기존 가치산정 잣대로는 정당화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단 담고 보는 기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달 중순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3일 3127.58포인트에서 이달 1일 3022포인트 정도로 주저앉았다. 코스닥도 같은 기간 1036.26포인트에서 986포인트가량을 기록 중이다. 9월 일평균 코스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도 24.9조원으로 7~8월의 26~27조원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투자종목 결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시총 10위권 기업들도 주가 상승 추이가 한 풀 꺾인 상태다. 이에 증권사 애널들도 유망 섹터 선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애널들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IPO 공모주 청약이 꼽히고 있다.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 폭이 큰 발행사가 여전히 많다. 지난달 상장한 와이엠텍, SK리츠, 현대중공업 등은 모두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높은 시초가를 형성한 바 있다.
-
실제로 기관투자자들은 공모가격이 싸든 비싸든 청약을 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 자체가 투자종목을 고르기가 어려워서 공모주 청약이 불가피하다"라며 "올라오는 코스닥 딜(Deal)들의 공모가격이 상당히 비싸게 올라오더라도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바이사이드(Buyside)에선 '고밸류'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나온다. 특히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발행사들은 비싼 공모가격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 카카오뱅크 등 빅딜(Big Deal)에 가려져 기업가치 산정방식이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한 상태다.
대체로 '비교기업'(Peer Group) 선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띄우고 있다. 올해 상장을 마친 제주맥주와 한컴라이프케어도 그랬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1650억원 수준인 제주맥주는 70조원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인 하이네켄(Heineken N.V.)을, 시가총액 2000억원대인 한컴라이프케어는 123조원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인 3M을 피어그룹으로 삼았다.
이달 28일 상장하는 화장품기업 아이패밀리에스씨도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 30% 이상이란 기준에 따라 LG생활건강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은 '밸류에이션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LG생활건강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화장품 매출 비중을 50%대까지로 낮춘 상태다. 반면 아이패밀리에스씨는 화장품 브랜드인 '롬앤'(Rom&nd) 매출 비중이 전체의 91.6%를 차지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을 피어그룹으로 잡기에는 아이패밀리에스씨의 화장품 부문 매출 비중이 너무 크다"라며 "화장품을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인 만큼 공모가가 싸게 올라와야 매력이 있을 것"라고 말했다.
11월로 상장이 미뤄진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피어그룹에 순이익만 10배 차이나는 선저우인터내셔널(Shenzhou International) 등도 포함했다.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은 38조원대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