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수익 부서’ 증권사 부동산 PF, '화천대유'發 불똥 튈까 촉각
입력 2021.10.08 07:08
    ‘효자 부서’ 증권사 PF, 화천대유발 정부 규제 리스크 도마
    건설 경기 침체 가능성에 공공 개발사업 메리트 줄어들 수도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문이 ‘화천대유발’ 불똥을 맞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으로 공공 개발사업 관련 시행이익이 줄어들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 PF는 알짜 수익 부서로 꼽혀왔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 조짐과 맞물리면서 자칫 공공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정치권 게이트로 번졌으면 좋겠다’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6일 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과 얽힌 주요 쟁점은 '확정이익의 타당성' 여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지난 2014년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 시행사와 함께 분당 대장동 부근 약 590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이익 5503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나머지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 및 그 자회사는 85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다. 민간 사업자가 공공기관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거두게 되면서 해당 구조가 적절한 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개발이익 환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제란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국민에 돌려주자는 취지의 제도다. 민간 사업자의 이익보다는 공공기관, 나아가 사회의 이익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증권사 PF 사업부문에서도 상당히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00% 개발이익 환수제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는 하지만, 해당 여파로 공공 개발사업 참여 금융기관의 이익이 줄어들 위기는 상당부분 현실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통상 부동산 개발사업의 자금조달 구조는 선·중·후순위 대출 및 우선주와 보통주 등 에쿼티(지분)로 나뉘어 있다. 대개 금융기관 및 증권사들이 PF 대출을, 에쿼티는 시행사가 조달한다. 에쿼티도 안정성 정도에 따라 우선주, 보통주로 나누어 수익자를 쪼개기도 한다. 

      실제 대장동 개발사업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성남의뜰은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와 SK증권이 보통주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다수 금융사들이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같은 구조가 민간 시행자와 공공기관이 절반씩 나눠 갖는 등의 형식으로 단순화된다면 민간 사업자 및 금융기관들의 수익률도 그만큼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개발이익 환수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된다면 연간 이자율을 어느 정도까지 초과 이익 상한선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화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민간 사업자나 금융사가 연 이자 3%만 넘게 받아도 이를 초과 이익으로 보게 된다면 참여 사업자로서는 사업 메리트가 크지 않다. 지분 투자자로서는 토지 인·허가 여부 등 적잖은 리스크를 지는 만큼 이보다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 부동산 PF업계 관계자는 “100% 개발이익 환수제의 현실 가능성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앞으로 공기업 공무원들이 개발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를 이전과 달리 까다롭게 구성할 가능성은 크다”라며 “화천대유 사태에서 민간 시행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어 공무원들이 향후 개발사업에서 ‘면피용’으로 민간 이익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는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증권사 PF 사업부문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떠오르는 이유다. 그동안 부동산 경기 회복세를 지렛대 삼아 증권사 내 PF 사업부문은 알짜 수익을 내는 효자 부서로 꼽혀왔다. 하지만 개발이익 축소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향후 사업 수주 전망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민간 주택 수주 경기는 상반기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가 규제 강화로 증가세가 조정될 전망이다. 금리 상승 압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유동성 축소 선호가 강해지며 건설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헝다 사태까지 겹치며 5일 코스피지수 역시 6개월 만에 3000을 밑돌았다. 

      일각선 ‘화천대유가 차라리 정치권 이슈로 비화했으면 좋겠다’라는 한탄도 나온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반적인 구조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향후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또 다른 PF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기부체납 및 기반이나 시설투자 등을 따지면 현재 시점에서도 공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적지 않다”라며 “차라리 화천대유가 아예 ‘정치 게이트’로 번져 부동산 PF 문제와는 별개의 이슈로 흘러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