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해 청약하던 개미들, 내달부턴 투자처 선택해야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국내 주요 증권사에 '가급적 매달 마지막 주에는 청약 일정을 잡지 말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을 받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남에 따라 가계부채 확대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일단은 '지양하라'는 권고의 형식이지만, 증권가에서는 향후 일정 정정 요구 등 규제 수단이 동원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일부 증권사 실무자에게 '매달 마지막주에는 일반청약 일정을 지양하라'는 내용의 구두 권고를 전달했다. 일단 신고서가 제출돼있는 이번달까지의 상장 건들은 일정대로 진행된다.
이런 '묘한' 권고의 배경으로는 가계부채가 꼽힌다. 가계부채 월말 수치 관리를 위해 IPO 청약을 위한 대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일반청약 일정을 잡을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될 경우, 여러 발행사들이 청약 일정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주를 제외한 3주 동안만 일반청약이 가능해지면 대출 발생 건수가 줄어들 순 있다"라며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도 청약에 앞서 투자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
그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절감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늘어나면서다. 2분기 중 가계신용 순증 규모는 지난 1분기에 비해 37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최근 5년간 2분기 평균 순증 규모가 25.9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이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부문 증가액이 21.3조원 수준으로 지난 1분기에 비해 크게 확대됐는데, 공모주 청약자금 수요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IPO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하기 시작하면서 청약시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대출까지 감행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해당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IPO였다. 당시 청약자금을 신용대출로라도 마련하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카카오뱅크 마이너스 통장 대출 신청이 지연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현상이다. 지난달 상장한 대어(大魚) 현대중공업에는 청약증거금으로 56조562억원이 몰렸다.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했던 기업들도 높은 수준의 청약증거금을 기록했다. 지난주 일반청약에 나선 씨유테크는 5조5467억원 규모의 청약증거금을 기록했고 지난달 말 청약에 나섰던 원준의 청약증거금은 13조25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증권가는 크게 술렁이는 모양새다. 가계부채 절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땜질식 처방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강압적이다"라며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도 별로여서 IPO 공모청약 밖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 기회를 잃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