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조율 안됐나…이사회서 가로막힌 SKC 파이낸셜스토리
입력 2021.10.13 07:00
    이사회서 英 넥시온 JV 부결 이후 주가 폭락
    배경에 주목하는 시장…사업부 중복 우려 등
    SK㈜와 사전 교감 없었나…혼란스럽단 평도
    진출 가시화할 때까지 의구심 지속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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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C 이사회에서 차세대 음극재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이 부결되며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다. SKC 파이낸셜 스토리가 이사회에서 가로막혔다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진 탓으로 풀이된다. SKC가 제시한 신사업이 그룹 계열사와 겹치는 터라 SK㈜와 조율 없이 추진된 것이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 7일 SKC 주가는 주당 15만4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 장중 한때 기록한 최고가 20만1000원과 비교하면 23% 이상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SKC 이사회에서 영국 넥시온과 실리콘 음극재 JV 투자 계획이 부결된 여파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SKC는 차세대 음극재 사업 진입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신사업 계획 발표 직후 주가에 반영된 기대감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투자자 입장에선 첫삽을 뜨기도 전에 이사회가 발목을 잡은 형국이 됐다. 약 5조원을 투입해 기업 가치를 3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SKC의 파이낸셜스토리는 사업 확장과 조달 전략이 차질 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이 때문에 SKC 이사회가 넥시온과의 JV 설립 계획 건을 부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SKC 이사회는 이완재 SKC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하면 2명은 모회사인  SK㈜ 출신이며 나머지 4명은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이사회 과반인 7명 중 4명 이상이 반대 표를 행사했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15일 SKC ESG 위원회에선 파이낸셜스토리 보고의 건에 전원 찬성 의견을 냈다. ESG 위원회는 장동현 이사(SK㈜ 대표이사 겸직)와 배종석 사외이사를 제외한 이사회 5명으로 구성된다. 

      SKC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서 실리콘 음극재 시장 투자·진출 시점 등을 두고 이견이 있어서 부결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자세한 배경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선 부결 배경으로 SK㈜와의 사업 중복 문제가 거론된다. 

      SK㈜와 합병을 앞둔 SK머티리얼즈는 실리콘 음극재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달 그룹14와 JV 형태로 8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실리콘 음극재 이외에 다양한 배터리 소재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가 SK㈜와 합병을 완료할 경우 자회사인 SKC는 모회사와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양극재 시장 역시 SK이노베이션이 JV 설립 외 추가 인수합병(M&A)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와 합병하는 SK머티리얼즈나 SK이노베이션 모두 SKC에 비해 그룹 지배구조 상 존재감이 높다. 

      실제로 JV가 무산된 상황에서 SKC의 계획이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로막힌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모회사와 조율 없이 추진한 신사업이 사후 정리된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SKC가 그룹 핵심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인 양·음극재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게 가능한지 우려로 이어진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 차원에서 미국 포드라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그룹 배터리 소재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장기 발판을 마련해 둔 상황"이라며 "SKC만 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고 재원이 있다면 JV나 M&A를 통해 그룹 계열사 누구든 할 수 있는 사업인데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SKC가 다른 계열사를 제치고 핵심 소재를 모두 담당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 전망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SKC의 미래 청사진이 모회사와 어디까지 공유된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파이낸셜스토리 행사에서 이완재 사장은 모회사와 사업 중복 우려에 대한 기관투자자 질문에 "궁극적으로는 각자가 (동일 사업을) 하더라도 핵심 역량을 공유하고 사업을 잘 이끌어나가면 시장이 크기 때문에 보완하면서 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답변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당시 답변을 두고 모회사와 충분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반응과 함께 이 사장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라며 "시장을 명확하게 나누지 않고 중복 진출하는 것을 그룹에서 보고만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컸는데 마침 부결 소식을 전해지며 사전 조율이 부족했을 거란 판단이 우세해졌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신사업 진출 계획이 가시화할 때까지 SKC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둘러싼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물론 SK㈜와의 관계에 대한 의문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