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기준금리 인상 후 채권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
기관들은 평가손에 위축…개인은 채권 투자 매력 없어
추가 금리 인상 전망 우세…내년초 돼야 안정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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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 금리가 껑충 뛰면서 채권시장의 활기가 점점 잦아들고 있다. 앞으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니 채권을 미리 팔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 모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연말을 지나 내년 초는 돼야 금리 불확실성이 줄고 유통 수요가 늘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말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8년 11월(1.5%→1.75%) 이후 2년9개월 만의 인상 결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적극적인 완화정책을 유지해왔는데 한국은 주요 국가중 가장 빨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이에 가세하면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금리 변화에 가장 민감한 채권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모두 기준금리 인상 후 한 달여 사이 급격한 금리 상승세를 보였다. 과거 기준금리가 1.25%일 때의 금리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조해 온 만큼 앞으로도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가계부채 증가, 자산 버블 등이 완화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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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 값은 떨어진다. 투자사들은 채권 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채권을 팔려하는데 이를 사줄 수요는 많지 않은 분위기다. 팔려는 곳과 사려는 곳 모두 금리 상승 예측에 무게를 두고 있으니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채권 매수세가 위축되니 채권값 하락, 금리 상승 순환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기관투자가의 경우 자산의 절반, 많게는 3분의 2를 채권으로 채우니 급격히 채권 투자를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어쨌든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보니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연말이 다가워오며 투자 수요를 점차 줄이는 면도 있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원래도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더더욱 존재감이 줄고 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지만 투자 수익은 예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고, 기관과 마찬가지로 향후 채권값 하락 걱정도 해야 한다.
한 채권투자사 관계자는 “지금 채권 시장의 이슈는 금리 인상 효과로 아무도 채권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개인들은 예금 수준 채권에 투자하느니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발행의 경우 기존 발행 채권의 유통시장에 비해 수요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신규 발행물 투자도 아주 활황은 아니다. 발행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막대한 수요가 몰렸던 상반기와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최근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하는 디티알오토모티브, 코리아세븐 등 기업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미매각 결과를 받아들었다. 수요를 채우더라도 금리를 올려서 발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채권 평가손 부담을 안은 기관들이 신규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10월 들어 회사채 발행 예정 기업 리스트도 크게 간소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금리 인상 예측과 맞물려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금리 인상이 다소 과도하긴 했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 또 한번 시장 금리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는 돼야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른 채권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추가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내년초쯤 불확실성이 줄어들어야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