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사태 이후 채권 시장에 불거진 중국 기피현상
입력 2021.10.15 07:00
    신용위험 부담 커지자 中 채권 투자 기피하는 증권가
    中 정부도 책임 안져…中공기업 ABCP 파산건 연상도
    향후 쏟아질 NPL에 대한 기대도…일부 證도 대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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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헝다(恒大) 사태 이후 보유한 중국 채권이 신경은 쓰이지만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향후 중국이랑은 거래 안 하고 싶습니다.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파산 가능성이 불거진 이래 중국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주춤한 모습이다. 국내 금융사들도 중국 채권을 펀드에 담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3년 전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중국 공기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교차부도(Cross Default)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나온다.

      그간 간헐적으로 발생했던 중국 신용위험은 중국 정부의 대응 덕에 매번 일단락돼왔다. 그러나 헝다 사태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선회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평이 많다. 중국 정부 역할론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중국발 신용위험 부담이 예전에 비해 더 커진 셈이다.

      1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디폴드 위기 여파는 여전히 업계에 잔존하는 모양새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중국 위안화 강세 덕에 투자 매력도가 높았던 중국 채권이 일종의 '위험자산'으로 국내 금융사 관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당시 중국 채권에 대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는 3월 40억달러 '순유출'에서 반년 만에 280억달러 '순유입'으로 크게 늘어난 바 있다.

      헝다 사태는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2021년 6월 이후 본격 신용위험이 부각된 이래 지불 능력에 이상조짐이 생기다 결국 9월 말 디폴트 위기에 휩싸이면서 불거졌다. 헝다그룹은 내년부터 5년간 275억달러(33조원) 수준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데다 올해 안에 지급해야하는 이자만 총 6.7억달러(8000억원) 수준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로 치면 삼성물산 정도 규모의 기업이 무너지는 느낌이다"라며 "중국은 모든 부동산이 국가 소유인 데다 50년 임대소유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루어져 규모가 굉장히 크다"라고 말했다.

    • 최근엔 또다른 부동산개발업체 화양녠(花樣年)그룹도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지난달까지 갚아야하는 채권 이자 2억570만달러(약 2445억원)를 지급하는 데 실패했다. 해당 그룹의 자회사도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을 갚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국내 금융사 관계자들은 중국 채권 투자를 꺼리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헝다 사태가 불거지면서 중국 정부 역할론에 시장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됐다. 그간 중국의 신용위험 요소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 정부가 대응을 해온 까닭에서다. 그러나 해당 사태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 방향성을 수정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향후 중국 신용 위험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ABCP 디폴트 사건을 회상하게끔 한다는 평도 나온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발행한 ABCP는 발행 20일 만에 타 자회사의 디폴트 위기로 교차부도 상태에 처한 바 있다. 

      CERCG는 중국의 공기업이다. 국내의 경우 공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국가에서 나서 도움을 줄 것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중국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던 사례라는 설명이다.

      위안화 약세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위안화 가치는 강세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같은 통화정책 정상화 방안을 실천할 경우, 다른 통화 대비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정책적 환경과 글로벌 통화 환경, 그리고 사이클지표에서 보았을 때 위안화 역시 약세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헝다 사태 이후 부실채권(NPL)에 대한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한이익이 상실되면서 물린 채권들이 시중에 대거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한 대형 사모펀드(PEF)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국내 일부 증권사들도 펀드를 만들어 NPL을 본격 매집할 복안을 고민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정도 물량은 중국 내에서 모두 소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