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리콜 한고비 넘긴 LGES…IPO까진 불안요인 지속 전망
입력 2021.10.19 07:08
    리콜 충당금 3사 합의…1.4조 LGES·전자 '절반씩'비용 확정에 급한 불 껐지만…귀책 범위는 '미정'실제 부담 규모 확정 전 IPO 완주 힘들 가능성내년 상반기 목표 전망…관리 강화 지속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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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그룹과 GM의 볼트EV 리콜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며 LG에너지솔루션(LGES)의 기업공개(IPO) 일정도 다시 트랙에 올랐다. 전체 충당금 규모를 확정한 만큼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그러나 발행사로서 LGES의 실제 부담이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IPO를 마무리 짓기까지 불안 요인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LGES와 LG전자는 GM의 볼트EV 리콜과 관련해 3분기 실적에 각각 6200억원과 48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양사가 지난 2분기에 반영한 910억원과 2346억원의 충당금을 포함하면 전체 약 1조4000억원의 교체 비용을 절반인 7100억원씩 분담한 것이다. 

      시장에선 LGES가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분기 더 많은 충당금을 반영했던 LG전자도 3분기 추가분으로 영업익이 반토막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LGES가 IPO 작업을 재추진하기로 발표한 터라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설비 증설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서 고비를 넘긴 셈이다. 

      상장을 앞둔 발행사 입장에서 LGES의 불안 요인은 근본적으로 해소됐다고 보기 힘들다. 

      전체 충당금 1조4000억원은 LGES와 LG전자, GM 3사가 전기차 화재 원인을 공동조사하고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 그러나 LGES와 LG전자의 최종 귀책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LG그룹은 조사 결과 분리막 밀림과 음극탭 단선이 드물게 동시 발생할 경우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 LG전자가 우선 반영하기로 한 절반의 충당금이 LGES에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ES 측은 "배터리 교체 비용은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예상되지만 추후 진행 과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LG전자와의 최종 분담비율은 귀책 정도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LGES의 실제 부담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칫하다가 LGES의 성공적인 IPO를 위해 LG전자가 부담을 지는 모양새가 될까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그룹 계열사로 '원팀'이라곤 하나, LG전자가 별개의 상장사인 까닭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양사가 반씩 부담한 것은 미봉책일 뿐 봉합이 완료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라며 "LG전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충당금이 추후 환입될 수 있는지를 기대할 수도 있고, LGES의 잠재 투자자들은 사전에 불안 요소를 확인하고 싶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책임 소재가 가려지지 않으면 상장 작업을 완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당금 규모는 상장 시점 발행사의 실적은 물론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현시점에서 50대50인 비율이 상장 이후 변동될 경우 상장 과정에 개입한 주관사와 한국거래소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 IPO 담당 한 실무진은 "LGES IPO가 역대 최대 공모 규모를 기록할 것이 확실한데, 실적에 따라 기업 가치도 조 단위가 오갈 수 있다"라며 "거래소 심사 과정을 통과하려면 발행사의 책임 소재와 그로 인한 충당금 규모를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M 이후 다른 고객사와 리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이번 리콜에서 충당금 부담 비율은 지난 현대자동차 사례와 비교해 대폭 불어났다. 올 초 현대차와 LGES가 합의한 비율은 6대4 수준이다. 반면 GM 볼트EV의 경우 LG그룹이 교체 비용 전부를 부담하게 됐다. 다른 고객사에서 리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전 사례가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18일 LGES는 스텔란티스와 북미에 40GWh 규모 배터리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GM에 이어 북미 지역에서만 두 번째 JV다. 스텔란티스 물량을 더해 LGES 수주잔량이 업계 최초로 200조원을 넘길 전망인 만큼 안정성 우려가 조기에 해소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전해진다. 반면 현대차와 GM 사례가 재발할 경우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내년 초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설립에 들어갈 예정인 만큼 기존 투자 비용에 약 2조원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LGES가 내년 상반기 중 완주를 목표로 상장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리 없이 상장이 이뤄질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업 가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LGES의 기업 가치는 물론 LG화학의 지주사 할인 문제와 함께 SK온의 적정 기업 가치에 대한 간접적 평가도 이뤄질 수 있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상장에 나서는 기업 중에선 가장 덩치가 큰 데다, 국내 최초 배터리 상장사가 되는 만큼 시장에서 여러 지표 역할을 할 전망"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기대감이 높은 거래이기 때문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