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실무진은 손사래…기관 늘고 있어 관리 불가
"AUM 등 정보 대조·확인 불가능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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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모주 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부분은 억제되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공모로 변화돼야 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기업공개(IPO) 시장에 때 아닌 '주체' 논란이 벌어졌다. 금감원장이 '기관 위주 IPO 시장'으로의 회귀를 공식적으로 꺼내든 탓이다. 기관 위주 시장 구성은 합리적인 구상이지만, 불과 1여년만에 '개인 우대' 정책 추이를 180도로 틀었다는 점에서 잡음을 낳고 있다.
게다가 IPO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 풀(pool)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혼탁해진 상태다. 결국 기관들의 운용자산(AUM) 등 진위를 파악해야 하는 증권사들의 업무 강도만 커질 거란 지적이다.
여러 이유로 증권사 IPO 부서는 지난 수 년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방침 변화에 따라 더욱 기피부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정은보 금감원장은 기관투자자 중심의 수요예측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선진 금융시장 사례를 제시했다. 또 공모주 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부분은 억제되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공모로 변화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한 이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모 청약 참여율이 높아진 데 대한 의견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번졌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개인청약률의 분포는 직전 9년간의 것보다 전반적으로 우상향했다. 특히 개인청약률이 1000대 1 이상인 IPO 건수의 비중은 15%에서 55%로 40%포인트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주식시장에서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상당했고 이것이 IPO 공모 참여까지 이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청약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상장 당일 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이를 보고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도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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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선 기관 위주 IPO 시장 구성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지난해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일반투자자의 IPO 시장 참여 확대 정책을 취해 온 기존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이기도 하다.
갑작스런 브레이크에 일부 증권사 실무진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한 증권사 IPO 실무자는 "개인에게 더 주랬다가 앞으론 기관 위주로 하랬다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전에 비해 '기관투자가'의 범주가 넓어지며 향후 더욱 주관사 업무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IPO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은 상장 과정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보유 AUM 등을 파악 및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한계가 해당 업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먼저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 파악할 여력이 부족하다. 최근 기관투자자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운용사만 326개사로 1년만에 30개사 가까이 늘어났다.
게다가 신생 운용사들은 IPO 공모주나 주식 투자를 통해 이익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어 운용업계에서도 '지반은 부실한데 상승장에 이익을 보는, 일명 '좀비 운용사'가 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실무적 측면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정보를 일괄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기관투자자 측에서 AUM 등의 중요한 정보를 부풀려 제출하더라도 걸러낼 방법이 없는 까닭에서다.
기관대상 수요예측 기간도 이틀 뿐이고 끝나자마자 경쟁률이 공개되는 편이라 이들의 정보를 일일이 대조해 확인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편이라는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우리는 AUM이 이 정도다'라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작정하고 높게 AUM을 써낸 것이라면 확인할 길이 없어 진위를 가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라며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데 증권사 실무진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