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도, 발행사도 ‘몸사리기’
“내년 초 지나야 불확실성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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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 세계적인 금리 변동성이 계속되면서 채권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9월에는 저금리 ‘막차’를 타려는 기업들의 발행이 활발했지만, 10월 들어서는 기업들도 금리 변화를 지켜보며 회사채 자금 조달을 내년으로 미루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까지 연이은 금리 인상이 이어진 다음에야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1분기는 보통 연초 효과로 회사채 시장이 강세를 보이지만, 내년에는 금리 상승 부담 때문에 예년만큼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세차례의 도미노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내년 3분기까지 1.50%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말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8년 11월(1.5%→1.75%) 이후 2년9개월만의 인상이었다.
이후 이달 12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 병목 현상 등에 따른 물가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 이른바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달 금통위 이후 11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도 에너지 부족과 물류 대란에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상승 압박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계도 빨라졌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1월 중순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풀어 놓은 유동성을 거두는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채권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모두 기준금리 인상 후 한 달여 사이 급격한 금리 상승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다보니 투자사들은 보유 채권을 팔고자 하지만, 사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높다보니 급격하게 채권 투자를 줄일 수는 없지만, 일부분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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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도 활기가 잦아들었다. 최근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하는 디티알오토모티브, 코리아세븐 등 기업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미매각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크레딧 시장이 침체된 상황인 가운데 발행시장은 신규 발행물 등 유통시장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보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10월 발행시장은 전반적으로 슬슬 문을 닫고 있다. 일부 신규 발행사와 우량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수는 9월 대비 확연히 줄었다. 통상 회사채 시장은 상반기가 대목이고, 하반기엔 기관들의 북 클로징이 시작되는 연말에 문을 닫는다.
여름 직후인 9월에는 막바지 자금조달이 이어졌다. 공모 회사채 뉴이슈어도 다수 등장했다. 과거 회사채 시장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게임사들이 눈에 띈다. 펄어비스와 컴투스는 지난 7월말 각각 1470억원, 191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처음 발행했다. 더블유게임즈도 처음으로 10월 수요예측을 통해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의 낯선 이슈어인 제약·바이오사들도 속속 등장했다.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고, 기업들도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9월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00억원, 종근당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설립 후 처음으로 발행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변동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 채권 투자자도, 발행사도 부담이 큰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4분기도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가장 중요 포인트인데, 몇 차례의 인상이 끝난 내년 1분기가 지나야 금리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