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도 '경계'…투자유치 나선 티빙
토종 OTT, 결국엔 해외 확장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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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K콘텐츠'인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콘텐츠 중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다. 글로벌 OTT들이 무섭게 로컬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성과가 미미한 국내 OTT들은 실탄 마련으로 '콘텐츠 전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초대박’으로 넷플릭스는 OTT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대항마인 디즈니플러스가 11월 한국 공식 상륙을 발표하면서 긴장감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 압도적인 IP(지적 재산권)를 내세운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이후 급성장했다. 7월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유료 구독자는 1억16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7% 증가했다.
그동안 고성장을 이어온 넷플릭스는 최근 부진한 성장률을 보였다. 넷플릭스의 지역별 유료가입자 증가율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였다. 올해 1분기 가입자 순증이 398만명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다.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154만명으로 지난해 2분기 1010만명 대비 85% 급감했다. 최근 월가에서는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3·4분기 가입자 증가를 예상하며 넷플릭스의 목표 주가를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수성’과 ‘다크호스’ 디즈니플러스의 등장으로 국내 OTT들은 조급해졌다. 애플TV와 HBO맥스 등 타 글로벌 OTT들의 한국 콘텐츠 제작도 포착되면서 국내 상륙이 멀지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에 국내사들도 올초부터 공격적 투자 및 집중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은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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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들은 ‘K콘텐츠는 우리가 잘한다’라는 입장이었지만 글로벌 OTT들이 로컬 콘텐츠를 앞세워 사세를 넓히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오징어게임도 넷플릭스의 아시아 주요 거점인 한국의 비영어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대박’을 친 셈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OTT업계는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이라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져 로컬 콘텐츠 강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도 론칭 전부터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를 준비해왔다. 애플TV 플러스도 윤여정·이민호 출연의 글로벌 프로젝트 드라마인 ‘파친코’를 준비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OTT들은 기억에 남을 성과가 없었다”며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전 세계에 방송되는 방송국’이 돼 콘텐츠를 쏟아내고있는 상황이라 국내사들이 이 같은 공세를 당해내기는 쉽지 않다. 콘텐츠 제작자도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되려면 각국에 뿌려줄 글로벌 업체랑 하는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글로벌 OTT가 위협만은 아니다. 낙수효과로 한국 콘텐츠 시장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은 기회다. 국내 대기업들은 “1위를 하려는 게 아니다. 사업 확장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콘텐츠 사업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주주들 포함 이해 관계자에게 결국 투자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기가 올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국내사들도 최근 본격적인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CJ ENM·JTBC·네이버 3자연합의 티빙은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3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들어갔다. 국내외 PEF(사모펀드)운용사를 중심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찾고있다. 티빙의 희망 기업가치는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티빙은 최근 이사회에서 기존 주주 대상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결의했다.
티빙이 선수를 치면서 웨이브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국이 손잡은 웨이브는 이전부터 “잠재 외부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암시한 바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SKT가 콘텐츠웨이브를 포함한 자회사 상장 계획을 밝힌 상태라 분할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KT도 지난달 그룹 내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는 KT스튜디오지니에 1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근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자체 OTT인 KT시즌은 스튜디오지니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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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들의 성장은 결국 해외 확장성이 가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선 내수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다만 웨이브와 티빙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잡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해외 서비스가 아닌 이상, 영문 자막부터 시작해 플랫폼 내용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작업이 요구된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고객의 '록인(lock-in)'용이고, 왓챠는 과거 추천 알고리즘이 차별점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진단 평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 국경이 큰 의미가 없음에도 국내 서비스가 해외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현지에서 자리잡은 게 없으면 추가 투자나 인력 유치 등 사업 확장이 어렵다보니 현지 네트워크가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웨이브를 주도하는 통신사,지상파가 내수 중심인 반면 CJ나 네이버가 다양한 비즈니스를 갖고 있고 해외에서 사업을 해 온 점은 유리할 수도 있다. 다만 ‘체질’을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 OTT의 전략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