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과 새마을금고 논란의 공통점, '누구를 위해 기획된 거래?'
입력 2021.10.21 07:00|수정 2021.10.29 15:58
    Invest Column
    사모펀드 선정과정에서 이력없는 회사 수시로 등장
    무경력자 취업도…해명 요청에 모두 '노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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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온 나라를 뒤흔든 대장동 개발과 화천대유 사태의 본질은 하나다. "성남시에 돌아갔어야 할 1조원대 개발이익의 최종 귀속자가 누구냐". 혹은 "의혹을 양산하며 그렇게 사업을 꾸린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냐".

      자본시장에서 70조원을 운용하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신설회사, 혹은 특수관계가 의심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선정해 수천억원대 투자금을 제공하면서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선정과정은 불투명하고, 뽑힌 운용사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관련 이력이 없거나, 아니면 현직임원 직전 근무처다. 

      이렇게 뽑힌 회사들은 새마을금고로부터 1년치 보수를 미리 받기도 하고, 투자경력이 아예 없는 인사를 억단위 연봉을 받는 임원으로 갑작스레 취업시킨다. 심지어 박차훈 중앙회장 가족, 임원인 류혁 신용공제대표 자녀들, 그리고 실무자인 최우석 팀장 등이 새마을금고가 뽑아준 운용사와 골프외유ㆍ접대 논란에도 휘말리며 감사까지 받는 일도 벌어진다.  

      역시 사태의 본질은 하나다. "새마을금고가 이런 식으로 운용사를 뽑으면서 발생하는 이익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가느냐"

      "어느 운용사를 뽑든 무슨 상관이냐,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화천대유로 개발이익이 돌아가든, 천화동인으로 돌아가든 무슨 상관이냐, 성남시가 5000억원을 회수했으니 충분하다"라는 해명과 같다. 화천대유가 아닌 다른 운용사였다면 더 큰 이익이 공공으로 귀속됐다. 굳이 화천대유가 그 이익을 독점해야 할 하등의 명분도 없었다. 새마을금고가 투자한 딜(Deal)이 성공으로 기록된다고 해도, 그 틈새를 타 어딘지도 모를 회사에 대규모 이익이 귀속되도록 했다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인베스트조선의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련 취재과정에서 여러 제보가 쏟아졌는데 이 가운데 주된 내용이 "새마을금고의 사모펀드 운용사 선정과정이 일부 임원 등의 '은퇴 설계'를 위해 마련되고 있다"라는 의구심이었다. 즉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투자시장에서 이른바 '루키'(Rookie)에 해당되는 소형ㆍ신생 운용사를 골라서 거래기회와 투자금을 제공한다. '은총'을 입은 이 루키회사는 이제부터 새마을금고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이때부터 거래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에 새마을금고가 몰래 밀어주는 모종의 다른 운용사 이름을 슬쩍 건넨다는 것. 그리고 "이번에 투자기회도 줬고 투자금도 제공했으니 이름을 건넨 운용사와 함께 이번 거래를 맡아라"라는 지도가 나온다는 추정이다. 즉 새마을금고가 특정 회사를 밀어주고자 '공동 운용사(Co-GP)'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정말 이런 식으로 선정이 진행되면? 새마을금고 투자금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펀드 관리수수료만 연간 수십억원에 달한다)이 새마을금고 특정인사가 원하는 운용사에 합법적으로 귀속될 수 있다. 이렇게 남몰래 밀어준 운용사가 행여라도 새마을금고의 임원과 특수관계에 있다면? 혹은 외부에서 누군가의 청탁 혹은 입김을 받았다면? 혹은 커미션이라도 받는다면? 

      마치 영화 같은 얘기지만...막상 의심의 눈초리로 관련거래를 하나하나 찾아보니 의혹이 섞인 정황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새마을금고가 요즘 가장 핫하다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내로라할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투자대행을 해줄 수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어느 운용사를 선정했다"라는 사실을 업계에 잘 알리지 않았고 되레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모든 선정과정을 공개하라는 것도 아닌데… 

      투자 집행 막바지 단계에서야 겨우 2곳의 이름이 공개됐다. 하나는 몇몇 회계법인에만 근무했던 41세 젊은 대표가 차린지 2년도 안되는 MC파트너스다. 다른 한 곳은 중앙회장 바로 아래에서 넘버2로 재직 중인 류혁 신용공제대표가 관련된 토닉PE, 옛 아이스텀 파트너스였다. 역시 이렇다할 업무 관련성이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 거래를 두고 말들이 쏟아졌다. 게다가 알고보니 MC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가 경기도 버스인 수원여객 경영권을 인수할때도 넌지시 공동 운용사로 끼워져 매년 수십억을 벌게해준 이력이 있다. 시장에서는 커미션 혹은 킥백(Kick back)조항 관련 언급들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새마을금고에 왜 그 회사들을 '내정'하다시피했는지 선정 이유와 과정에 대해 물으니 일절 "노코멘트". 자세한 설명은 커녕, 기본적인 해명조차 내놓지 않겠다고 했다.  

      유사한 사례는 계속 나왔다.

      역시 업력이 짧은 소형 운용사 센트로이드가 새마을금고 지원으로 글로벌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다. 또 중소형 운용사 ST리더스PE는 새마을금고 투자금을 받아 M캐피탈을 인수했다. 이때마다 "박차훈 중앙회장의 친인척이 이 거래를 주도한다"라는 '괴소문'(?)이 시장에 퍼졌다.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렇게 소문이 퍼질만한 이유들이 발견됐다. 

      경남 양산에서 매출 150억 중소기업에서 사외이사를 하던, 42세 최우성 씨가 갑자기 2조원이 넘는 자산규모인 M캐피탈(옛 효성캐피탈)의 '전무'로 취업했다. 금융 경력은 없다시피하고, 직전에 ST리더스PE가 자기네 회사에 '실장'으로 뽑아준 이력이 전부다. 그가 새마을금고 중앙회 인사들과 매우 친분이 많았다는 코멘트가 나왔고, 임원과 모종의 관계일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왜 이런 인사를 투자회사 전무로 뽑아서 억단위 연봉을 제공하느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새마을금고도, 당사자인 M캐피탈도 또 다시 일절 '노코멘트'. 

      ST리더스에 채용배경을 물으니 "누군지는 밝히기 어렵지만 외부 소개로 뽑았고 금융경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며, 실무 권한은 없고, 투자위원회도 참여안한다"(ST리더스 최원석 대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런 와중에 ST리더스는 새마을금고로부터 1년치 수수료를 미리 받아갔다. 알고보니 논란이 됐던 MC파트너스와 ST리더스의 친분관계도 시장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상황까지 이어지니 박차훈 중앙회장 친인척 논란마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거에도 박차훈 회장 친인척이 새마을금고에 취업, 비리를 저지른 내역이 있었다. 

      2018년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 당시. 후보였던 박차훈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 5촌 조카(사촌누나의 아들) 유모 씨가 여기서 총무팀장으로 재직했다. 그리고 총무팀장 직책으로 중앙회장 선거 직전, 다른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 골프회원권 등을 제공하고 선거 대의원명단도 관리한 이력이 재판 결과 드러났다. 

      결국 박차훈 회장도 금품 살포 등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3년 임기에 1심 결과가 나오는데만 2년2개월이 걸렸다. 이재명 경기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변호한 법무법인 LKB가 박 회장 변호를 맡았다. 여기에 재판부가 "당선 무효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벌금 80만원만 선고, 현재도 중앙회장 직을 유지 중이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손길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점도 사태에 한몫하고 있다. 

      대학병원 전공의가 4만원짜리 스테이크를 대접받았다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되는데... 70조원을 굴리는 기관의 기관장ㆍ임원들이 부인과 자녀들을 대동하고 수차례 걸쳐 수시로 골프 외유를 벌여도 법 위반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새마을금고 각 지역금고와 중앙회는 청탁금지법 제2조에 명시한 적용대상에서 빠진다"고 밝혔다. 

      농협ㆍ수협ㆍ축협 등 각종 상호금융 성격의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새마을금고만 금융위원회 감사ㆍ감시를 받지 않는다.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국회의원들도 선거를 의식해 여야 할 것없이 새마을금고나 중앙회는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나마 남은게 주무부처의 행정안전부 감사 정도에 그친다. 

      사실 새마을금고가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새마을금고 정도되는 대형 기관이 '될성부른' 운용사를 미리 살펴봤다가 이 회사에 투자를 맡기고 시장에서 자리잡게 해준다면 자본시장 전체로 봐도 바람직한 일이다. 또 새마을금고가 주력으로 참여한 거래 중 상당수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신생 운용사를 뽑는 과정에서 선정과정이 투명하든가, 이렇다할 이유라도 내놓아야 이런저런 의구심이 발생하지 않는다. 누가봐도 관련 이력이 일천한 회사를 몇번이나 뽑아놓고 업계에서 '쉬쉬'하고 있는데 의심의 눈초리가 없다면 이상할 일이다. 산업은행이나 국민연금 같은 수준의 기관투자가들은 누가 묻기도 전에 운용사들을 뽑을때마다 일일이 '선정기준'을 밝히고, 외부 설명회도 개최하고, 1차에서 누가 붙었고, 누가 떨어졌고 등 내역까지 일일이 밝히고 있다. 불공정성이 침해될까봐 우려한 때문인데 너무 깐깐하고 공정성만 강조해서 '가능성(Potential)을 보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와중에 오직 새마을금고 중앙회만 나홀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모양새다. 

      석연찮은 과정으로 새마을금고에 간택된 운용사들에게 전문성과 이력, 역량을 물어보면… "새마을금고로부터 투자금을 받았으니 앞으로 사람을 많이 뽑을겁니다" 같은 수준의 대답이 돌아온다. 충분한 인력과 펀드매니저를 갖춘 곳이 펀드 운용사로 뽑혀야 하는데 새마을금고가 뽑아줬으니 이제부터 사람 더 뽑겠다는, 주객이 전도된 대답이다. 20대 신입사원시절부터 포함된 이력인데도 "한 10년 자본시장 있었으니 수천억원 운용하기에 충분하다"라는 황당한 답변도 나온다. 

      이런 수준의 운용사들이 단지 새마을금고로부터 낙점됐다고 해서 조단위 펀드를 만들고, 이렇다할 검증도 없이 '핫플레이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상황은 우리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미래를 망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거의 예외 없이...이런 운용사들에 대한 후일담과 평판이 들려온다. 어느 어느 자리, 누가 모인 모임에 A운용사 대표 혹은 임원이 참여했는데 "마치 본인들이 KKR이나 칼라일 글로벌 헤드처럼 거만하게 행동하더라". 

      이런 수준의 운용사들이 주도한 투자, 특히 바이아웃 거래들이 수년뒤 어떤 성과를 낼지는 정말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