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자랑하던 3%룰은 결국 무력화? 이미 꼼수 해결책 봇물
입력 2021.10.21 07:39|수정 2021.10.21 07:42
    사조산업, 우회적인 방법으로 3%룰 무력화
    주진우 회장 지분 등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쪼개기 매입
    해외에선 3%룰 보다 실효적인 소액주주 보호 장치 마련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 연말 재계는 공정거래 3법으로 시끄러웠다. 박용만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이를 관철시키면서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는데 큰 획을 그었다고 자평했다.

      법안이 통과된지 채 1년이 안되서 공정경제 3법의 주요 골자인 ‘3%룰’의 실효성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은 해당 법을 통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서 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룰'이란 상장사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주식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법이다. 기업들이 가장 심하게 저항했던 법으로 기업 이사회에서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전 세계어디에도 없는 규제라고 맞섰다. 기업들의 저항이 강하다 보니 실제 법 통과 과정에서 일부가 개정되어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만을 인정하도록 완화했다.

      재계의 우려와 달리 투자자들은 해당 법 통과에 환호했다. 그간 오너 중심으로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던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 큰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몇몇 케이스를 통해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사조산업은 해당 법을 우회하는 방법을 통해서 오너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관철시켰다.

    •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주진우 회장 등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비상장 계열사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한 에 대해 반대하며 더 이상 대주주의 전횡을 볼 수 없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를 위해서 소액주주연대를 구성하고 2021년 7월 주주명부 열람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나선다.

      해당 임시주총 안건으로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는 ▲주진우 대표이사 해임 ▲감사위원 3인 해임 ▲소액주주연대 추천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 선임 등 3건의 안건을 올렸다. 여기서 3%룰이 적용되는 소액주주연대 추천 감사위원 안건 폐기를 위해서 사조산업은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0%가 넘기 때문에 3%룰에 따라 이들의 의결권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 주진우 회장의 부인을 비롯한 사조대림, 사조랜더택 등 계열사가 사조산업의 지분을 쪼개어 매입한다. 이를 통해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의 의결권 지분율을 높임으로써 소액주주연대의 안건을 폐기시킨다. 대신 주 회장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선임함으로써 소액주주연대의 시도는 완전히 무산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 쪼개기 및 매입을 통해서 사실상 3%룰이 무력화된 것이다.

      이후 주 회장은 소액주주연대와의 표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대여한 주식을 회수한다. 대여의 목적이 어디까지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 선임을 막기 위함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결국 해당 케이스에서 드러나듯이 입법 과정에서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주식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것에서 개별적으로 3%로 풀어준 것만으로도 해당 법의 우회로가 생긴 것이다. 이런식으로 지분쪼개기가 가능하다면 비단 계열사뿐만 아니라 특수목적법인 또는 펀드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기업이 자사에 우군 역할을 해줄 ‘백기사’를 만들어 이들에게 지분을 쪼개어주면 얼마든지 소액주주의 안건을 무력화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해당 법안은 사실상 사문화 될 것이란 견해다.

      이에 따라 해당 우회방식에 대한 법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된 대주주 및 특별관계인 지분을 원안대로 합산 3%로 의결권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대주주의 주식 대여는 주총때 의결권 제한이 필요하단 목소리다. 또한 주주명부 제공자를 사측이 아닌 예탁결제원에서 제공하고, 사측이 위임한 의결권에 대해서 주주 상호간 검증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제도 보완책이 안나오면 사조산업 같은 우회로를 활용한 방식을 통해 3%룰은 사문화 될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에선 3%룰을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주주 의결권을 제약하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오너의 전횡을 막고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미국에선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이 빈번하고, MoM(Majority of Minority) 투표를 통해 소액주주를 보호한다. 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나 임원 등이 잘못된 행위를 통해 회사의 손해를 입혔을 경우 주주들이 이사회에 해당 이사나 임원에 대해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소송을 통해 회사의 이사나 임원을 감시한다. MoM 투표는 대주주와 회사간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주주를 제외하 나머지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다. 

      즉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를 감시하고 이에 대한 소를 제기하는 일이 빈번하며, 대주주와 회사의 이행충돌이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동의 없이는 진행하기 힘들게 법적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

      한 외국계 로펌 변호사는 “3%룰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상당히 강하게 만들어져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