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또 상장 추진?...신사업 도전장에도 증권가 반응은 '싸늘'
입력 2021.10.22 07:00
    "IPO·M&A 모두 열려있다" 발언에 업계 '간본다'
    콘텐츠 커머스·배달업 등 신사업에 기대감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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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티몬이 또다시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권을 비롯한 업계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간 티몬이 상장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증권사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하거나 조달 자금을 늘리기 위해 상장 일정을 지속 연기하는 등 '신뢰가 어렵다'는 평이 많다.

      이번엔 상장을 위한 마케팅 포인트로 '배달사업', '콘텐츠 커머스' 등 신사업이 꼽히고 있다. 티몬의 상장을 가능케하기 위해 영입된 하이브(前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전인천 신임 대표의 아이디어라는 전언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기대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해 4월 주관사로 선정한 미래에셋증권과 다시 상장 논의에 착수했다. 티몬과 미래에셋증권이 IPO를 연기하자고 잠정 합의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티몬의 상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장윤석 티몬 대표가 13일 간담회에서 계획을 밝히면서다. 장 대표는 "연내 새로운 비전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정도에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하고 빠르면 내년 중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IPO가 목표가 아닐 수도 있고 더 좋은 회사와 인수합병(M&A)도 열려 있다고도 말했다.

      티몬에게 상장 등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기회는 간절할 수밖에 없다. 티몬은 지난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적자 폭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지만 지난해 영업적자 개선에도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사업 확장 측면에서도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쿠팡 사례가 대표적이다. 5~6년 전만 해도 티몬은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당시 쿠팡은 소셜커머스 기업으로서 대규모 적자에 시달렸다. 당시 쿠팡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VC)이 물밑에서 구주를 팔고자 했으나 그 누구도 사려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에게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나갔고 격차는 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몬이나 위메프는 쿠팡과 사업구조 측면에서 상당히 겹치는데 지금 티몬의 문제는 상장 이전의 쿠팡과 같은 문제인 '돈을 못 버는 것'이다"라며 "투자받은 돈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뒤 물류센터를 자체로 돌리며 배송 당 비용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티몬은 그럴 돈이 없으니 상장 등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간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업계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싸늘한 편이다. 특히 '상장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IPO와 M&A 둘 중 하나만이라도 성사되면 된다는 식의 발언이 이슈가 됐다. 

      티몬은 지난해 주관사 선정 전부터 입찰제안요청서(RFP)를 통해 '자금 지원'을 언급하며 평가가 악화되기도 했다. 주관사가 상장 청사진까지 그려줬지만 결국 '상장 연기' 결단을 내린 것을 두고 '높은 공모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질 못한다'는 평도 나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사가 IPO와 M&A 등 두 선택지 모두 가능하다는 말은 결국 IPO 실무진들이 열심히 청사진을 만들어 주고나선 계약파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라며 "그간 주관사로 선정되지 않았어도 티몬이 증권사들에게 어떤 요구를 해왔는지를 고려한다면 이번에도 또다시 간본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라리 매각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동시에 마케팅 포인트로 제시된 '콘텐츠 커머스'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분위기다. 티몬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그간 육성해온 라이브 커머스를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커머스 크리에이터 양성 사업 계획도 밝혔다. 뿐만 아니라 티몬은 지역 거점 슈퍼마켓과 제휴해 상품을 판매 및 배송해주는 '슈퍼마트'를 신사업으로서 추진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으로 배달업도 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도 고려 중이다. 이는 하이브 CFO 출신 전 대표가 상장 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업가치 띄우기에 나선 차원"이라며 "다만 배송사업은 과점 상태라 사업을 키우기 쉽지 않을 것이고 콘텐츠도 질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