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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인기와 함께 글로벌 OTT 플랫폼을 둘러싼 망 이용료 문제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대통령까지 나섰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총리와 함께 한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뜨거운 감자’인 망 사용료 분쟁을 의식한 듯, 국내 상륙을 앞둔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 디즈니플러스의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사업 총괄은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디즈니는 ‘선량한 기업시민이 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 통신사,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는 디즈니플러스가 직접 국내 통신사들에게 망 대가를 내진 않지만 복수의 CDN을 통해 접속하면서 해당 CDN 업체가 통신사에 디즈니플러스의 통신망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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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관계자들은 망 사용료 논란이 ‘반짝’하고 끝날 이슈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매우 근본적이고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장기 이슈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지금은 구글, 넷플릭스 같은 개별 회사가 주목되고 있지만, 넓게는 결국 인터넷의 원리부터 시작해서 플랫폼의 역할까지 원리와 현실성을 포괄하는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슈의 본질이 결국 플랫폼사업자와 통신사업자 간의 분쟁인 만큼, 누구하나 물러나기 힘든 ‘덩치’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망 대가 논란은 2019년 SK브로드밴드의 중재 신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나왔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했다. 이후 SK브로드밴드가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양 측은 각각의 논리를 앞세워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망 사용료 문제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양자간의 ‘협상’이 핵심이다. 소송을 냈으니 법원이 판결을 내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인 결론을 내줄 수는 없다.
1심 판결도 법원이 원고(넷플릭스)가 유상의 인터넷망에 직접 연결돼 있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므로 망 이용대가 지급채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지만, 장래의 채무까지 범위를 확정할 수 없으며 대가 지급은 상호 합의에 의해 꼭 금전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구체적인 금액의 지급을 명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판결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심판결이 넷플릭스의 패소로 나오긴 했지만 판결을 잘 읽어보면 해석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망 이용료는 애초에 소송으로 갈 이슈가 아니라서 넷플릭스 측이 욕심을 낸 점도 없잖아 있는데, 결국 협상에서 양 측이 ‘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낸다면 얼마를 내야하는지’ 등을 다양한 데이터와 기준에 따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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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에서는 ‘정부의 관여’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각이다. 양 측이 아쉬운 상황이다 보니 그 협상이 지리한 싸움이 될 수는 있어도, 망 사용료 이슈가 정부의 글로벌 플랫폼 회사 때리기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을 대리한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외국 회사들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수히 생겨나는 법들”이라며 “특히 IT 분야처럼 새롭게 살펴야 할 이슈들은 해외에선 몇 년 동안도 공방이 오가는데, 한국에선 허술한 법이 빠르게 통과되는 점 때문에 예측 불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1심 판결 이후에도 “망 이용료는 못낸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넷플릭스지만, 결국은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로서 여론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한국 정부의 눈총과 디즈니플러스의 출현까지 넷플릭스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 측이 프랑스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내세우듯 한국의 판결 사례가 해외에서 인용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는 정부 기조를 의식해 ‘눈치’를 보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넷플릭스코리아는 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창작 생태계에 기여한 바, 즉 ‘긍정적 영향’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 시내 곳곳에 해당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걸고, 국정감사 시즌에 발맞춰(?) 국회의사당 역에 다량의 광고를 설치하는 등 정부에 ‘어필’하는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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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의 인기에 미국 시장이 열광하는 데는 한국 콘텐츠의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크게 작용했다. 오징어게임의 제작비는 회당 22억원으로, 총 200억원 수준이다. 물론 국내 환경에서 적은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이후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이 28조원이 오르고, 덤으로 ‘명예 회복’된 가치까지 생각하면 ‘로또’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오징어게임의 ‘영향력 가치’를 8억9100만달러(약 1조원)로 산출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이전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이었던 ‘브리저튼’의 제작비가 회당 700만달러(약 83억원)였다. ‘위쳐’는 회당 1000만 달러(약 118억원), ‘기묘한 이야기’는 회당 1200만달러(약 142억원)였다. 총 200억원 투자한 로컬 콘텐츠로 전 세계에서 히트를 쳤으니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투자가 없는 셈이다. 오징어 게임은 그렇다 쳐도, 망 사용료 협상에서는 '가성비 좋은' 한국이 되지는 않기를 기대해 본다.
입력 2021.10.22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10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