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弗 수주·고유가에도 증자 전후 불확실성 여전한 삼성重
입력 2021.10.25 07:00
    Weekly Invest
    삼성重 25일 신주 확정발행가 발표 예정
    최대주주 삼성전자 증자 참여 여부 '아직'
    참여 명분 높아졌고…업황 회복세 뚜렷해도
    자본확충 마무리해도 불확실성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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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중공업의 업황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상증자를 전후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직까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증자 참여 소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자본을 확충한다고 해도 드릴십 재고를 해소하지 못하면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 급등과 기록적 수주 등 긍정적 변수에도 주가 부진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삼성중공업 신주인수권증서가 상장 폐지됐다. 거래 막판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졌지만, 상장 시점과 비교해 유의미한 가격 변동은 관측되지 않았다. 오는 25일 확정 신주 발행가액이 산정될 예정이다. 그간 주가 흐름으로 보아 1차 발행가액인 5130원보다 낮게 책정될 거란 예상이 높다. 22일 장중 삼성중공업 보통주는 약 598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지난 5월 삼성중공업이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의 마지막 과정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5대1 비율인 1000원으로 무상감자하는 안을 확정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증자를 통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주주 청약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대주주 참여 의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대주주는 삼성중공업 지분 15.98%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이어 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기 등 특수 관계인이 5.91%의 지분을 보유해 총 지분율은 약 21.89%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이번 증자를 통해 발행될 신주 13.33%에 달하는 약 3300만주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참여 명분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과거 증자 사례에 비해 명분은 높아졌다는 시각이 늘어났다. 1차 발행가액인 5130원을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부담할 증자 참여 금액은 약 1700억원 수준이다. 이번 증자가 조선업 호황기를 앞둔 선제적 자본 확충 성격이 짙은 데다 지역 경제와 연관이 깊어 증자에 참여할 명분이 더 높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측에서도 재무구조 개선 계획 당시 이후로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다른 복안이 없다면 참여할 거라는 전망이 높다"라며 "코로나로 지역 경제가 어려운 때에 증자 참여로 인한 득이 실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 실제로 삼성중공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8일 유라시아 지역 발주처와 약 17억달러(원화 약 2조453억원)에 셔틀탱커 7척에 대한 블록·기자재 및 설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거래로 삼성중공업의 올해 누적 수주금액은 100억달러(원화 약 11조7880억원)을 돌파했다. 연간 수주 목표를 13% 초과 달성한 것은 물론 호황기였던 2007년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유가상승도 드릴십 재고 해소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전해진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관련 업계에선 통상 배럴당 60달러 선을 드릴십의 손익분기점으로 추정한다. 지난 21일 현지시각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83.42달러를 기록해 고점을 계속해서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증자를 전후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증자는 어디까지나 부채비율을 200%대로 끌어내리기 위한 개선 계획의 일환이다. 대주주의 증자 참여가 확정되는 것이 성공적인 증자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 호재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증자를 마무리하더라도 내년까지 적자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중공업이 올해 1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약 1500억원 수준의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선 계약을 체결한 1척을 제외한 4척의 재고 드릴십에 대한 계류 비용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년간 줄어든 수주잔고 영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 확충을 마무리해도 재고 드릴십 해소 이전엔 삼성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드릴십 재매각으로 이어질 거라 낙관하기 힘들단 시각도 있다. 

      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에 이어 80달러 선을 돌파했지만, 현재 에너지 가격이 국가별 규제나 정책 등 요인이 복합된 구조적 현상인 만큼 장기 전망이 힘들어 재매각이 가능할지는 불투명"라며 "감자 후 증자를 통해 호황기에 대비할 수 있을진 몰라도 기업가치 측면에서 매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