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행장이 마지막 행장 됐다...철수 가닥 씨티銀, 안내문엔 '추후 안내'뿐
입력 2021.10.25 15:21
    22일 이사회에서 철수 확정...25일 대고객 철수 안내
    대출 중단 시점 등 아직 명확하지 않아...혼란 불가피
    지난 2월 매각설에 입 닫은 유명순 행장...철수 기정사실?
    •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소매금융) 부문에서 철수한다. 6개월여간에 걸친 매각이 실패함에 따라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17년만의 은행 철수에 기존 고객들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은행이 내놓은 메시지는 '자세한 건 추후 안내해드리겠다'는 말 뿐이라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금융 전문가인 유명순 행장을 선임했을 때부터 소매금융 철수는 기정사실이 아니었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 이사회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통해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의결했다.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지난 4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13개국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5일 이를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출구전략 안내 사이트'를 열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이 보유한 소매금융 자산 규모는 17조원 안팎이다. 소매금융 철수가 확정된 이상 고객들은 한국씨티은행과의 거래를 정리해야 한다. 현재까지 안내된 내용은 '현재 거래중인 금융상품은 모두 만기까지 이용 가능하다' 정도다. 신용카드 역시 유효기간까지는 사용 가능하며 포인트도 적립된다. 다만 신규 가입은 제한된다. 언제부터 제한될지는 추후 안내 예정이다.

      확정된 사안은 '11월 1일부터 대출 관련 중도 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정도다. 사실상 대출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분석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일단 현재 이용 중인 상품은 만기까지 보유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정확한 철수 정책 적용 시점이나 재연장 가능 시점 등이 공개되지 않아 고객들로선 상황 판단이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총 대출 규모는 20조원이다. 이 중 가계대출채권 규모는 12조60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현재 국내 전 금융권이 대출 총량규제로 꽁꽁 묶여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금융위원회에서 한 발 물러서며 전세대출엔 숨통이 틔였지만, 이마저도 실수요자 대면거래 한정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 와중에 창구가 하나 닫히는 셈이다. 특히 당장 이달 말~내달 대출 만기를 앞둔 고객들은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은 지난 2월 불이 지펴졌다. 당시 막 취임한 제인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가 수익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발언한 직후였다.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제기됐던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4년부터 거의 매년 매각설에 휘말렸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을 지휘했던 박진회 전 행장은 소문이 돌 때마다 매각설은 루머라고 일축하며 정면돌파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명순 현 행장은 다소 반응이 달랐다. 새로 제기된 매각설에 유 행장은 함구로 일관했다. 사내에도 '본사에서 밝힌 입장 외에 알고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을 뿐이다. 이후 두 달 뒤인 4월 중순,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소매금융 부문 철수가 확정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매금융에 경쟁력이 있는 한국씨티은행이 기업금융부문을 담당했던 유 행장을 행장대행에 이어 정식 차기 행장으로 선임한 것을 보고 다소 의아했다"며 "당시엔 수익성이 좋은 기업금융부문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봤지만, 지금 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매금융 부문의 교통정리 역할도 담당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은 3500명이다. 이 중 소매금융부문 임직원은 영업직 993명 포함 2500여명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들을 최대한 전환배치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희망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한국씨티은행은 노동조합에 정년까지 잔여월급 보전 및 최대 7억원의 퇴직금 지급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한편 유 행장은 25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난 수개월간 고용승계를 전제로 하는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 순위에 두고 출구전략을 추진했으나 이를 수용하는 금융회사는 없었다"며  "동료 여러분들과 고객들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전제로 다양한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진행하고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