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불확실성에도 전 부문 고른 성장세
시장 관심은 '메모리 업황'에…내년도 불확실성 여전
내년 투자 계획은 미확정…"지속 가능한 이익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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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연속으로 매출액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둔화 우려가 한창이지만 운용의 묘를 살려 3분기에도 전 부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 전반 관심사가 메모리 업황에 쏠려 있는 터에 내년 불확실성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진 못해 주가는 여전히 7만원 선에 머물러 있다.
28일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액이 73조9792억원, 영업이익이 15조817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48%, 28.04%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3분기 연속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을 경신하고 있는 만큼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매출액 26조4100억원, 영업이익 10조6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같은 기간 D램 출하량이 역성장한 것과 달리 D램 전체 출하량 기준 분기 최대 수량을 경신했다.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효과로 데이터센터 업체의 투자가 늘어나 서버용 D램 수요가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반면 낸드 출하량은 지난 분기 제시한 전망치보다 소폭 부진한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PC와 스마트폰 시장 생산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재고 물량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3분기 들어 서버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제품 위주로 믹스를 개선해 공급 유연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무선사업부와 가전 등 다른 사업부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거시 불확실성 영향에도 전 부문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사 매출액은 지난 분기보다 16.2% 증가했고, 올 들어 3분기 연속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이던 2018년을 크게 상회하는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약 33조5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부문에 약 30조원, 디스플레이 부문에 2조1000억원 수준이다. 3분기 중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 총 10조2000억원을 투자했지만, 4분기 투자 계획은 아직 검토 중이다.
투자 설명회에 참석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바라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과 내년도 투자 계획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 발표에서는 내년도 시설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 계획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터라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라며 "내년에는 백신 접종률 확대로 인한 일상으로의 회복,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높아 매우 신중하게 투자 계획을 점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가를 비롯한 투자자 측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반도체 기업 주가가 통상 시장 상황을 6개월가량 선반영하는 만큼, 내년 상반기 중 업황 둔화가 마무리될 경우 11월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세를 보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업황 우려 속 호실적을 내놓으며 이 같은 기대감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며 공급사와 고객사, 투자자 간 시각 차이가 두드러지는 모습도 관측됐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실적 발표회에서 메모리 시장의 주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응용처가 다변화하며 상승과 하강 주기·진폭이 짧아진 데다, 미세 공정 적용으로 전망에 맞춰 급격하게 가동률과 투자 계획을 수정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그럼에도 발표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의 주요 질문은 메모리 시장에 대한 삼성전자의 전망과 대응 전략이 주를 이뤘다. 이날 한 참석자는 "메모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바라보는 D램의 단기 시황과 내년 수요의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설명해달라"라고 질문했다.
삼성전자 측은 "응용처마다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는데 관리 측면에서의 불합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언제 정상화할지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이 밖에 일상으로의 복귀 이후 디지털 전환 수요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고객사와 협상 난이도도 올라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이익 실현에 집중해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하락한 채로 출발했지만, 오전 중 큰 폭의 변화 없이 7만원 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장중 한때 6만8300원을 보인 뒤 소폭 반등했지만 연중 최저선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