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는 평 다수...사이버보안 사업의 성장성 입증해야
내년 상장 고려하면 프리 IPO 결과가 독 될 수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ADT캡스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와 더불어 기업공개(IPO)를 투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라는 네임 밸류(Name Value)를 적극 활용,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심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프리 IPO 결과가 상장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프리 IPO 시 기업가치가 높게 매겨진다면, 공모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투자유치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상장 시 흥행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DT캡스 주관사들은 상장을 앞두고 비공개 기업설명회(NDR)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 청구를 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ADT캡스는 프리IPO도 진행 중이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추가로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이다. 향후 사이버보안 산업의 성장성 및 SK텔레콤 자회사라는 점 등이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꼽힌다.
최근 적격 예비후보로 유럽계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메리츠증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프리IPO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ADT캡스의 희망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크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온다. ADT캡스는 현재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맥쿼리, 케이스톤파트너스, 대신PE)의 지분 중 일부와 신주를 포함한 지분 10%를 약 3000억~4000억원 정도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ADT캡스 기업가치가 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IB업계에서는 ADT캡스가 강조하는 사이버보안의 실체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목표 기업가치 달성의 걸림돌로 꼽는다. 올해 상반기 기준 ADT캡스 사이버보안 부문의 매출은 1546억1100만원으로 전체의 약 20%에 그친다. 나머지 매출은 모두 캡스 등 물리적보안 관련 매출로 구성된다. 더구나 ADT캡스는 국내 1위 보안회사 에스원에 이은 2위 업체다. 에스원의 시가총액이 3조원을 웃도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ADT캡스의 희망 기업가치가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ADT캡스의 사업부문은 크게 물리적보안과 사이버보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않은 사이버보안 사업부문의 잠재적 가치를 가격에 다 반영해달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합병한 SK인포섹과 아직까지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ADT캡스를 고평가로 보는 원인 중 하나다. 당시 ADT캡스는 SK인포섹과 합병 시너지로 베트남 빈그룹과 진행 중인 해외사업을 더욱 키울 계획을 세워뒀지만 작년에서야 해당 사업에 시동을 건 만큼 아직까지는 성과가 미미하다.
운용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ADT캡스의 성장성을 크게 낙관하기는 어렵다”라며 “보안사업 특성상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향후 상장 시에도) 구주매출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도와주는 딜이라는 선입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프리 IPO 뿐만 아니라 내년 기업공개 과정에서도 주관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 IPO 시기와 ADT캡스가 당초 예상한 상장 스케줄의 간격이 얼마 나지 않다보니 상장 시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 프리 IPO의 흥행 성적이 다소 부진할 경우 해당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본격적인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프리 IPO 시 ADT캡스의 기업가치가 이미 높다는 컨센서스가 생길 경우 실제로 상장을 추진할 때 주관사들의 부담이 크다”라며 “ADT캡스는 특히 FI가 많은 만큼 이들이 요구하는 밸류를 못 맞출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