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시장 조달에 자본시장도 주목
"업사이드에 대한 하이브 자신감 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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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HYBE)가 자본시장에서 대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하이브가 ‘엔터회사’를 넘어선 ‘종합플랫폼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다각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신사업 추진 등에 투자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는 상장 이후 1년 새 만 2조원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면서 자본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다음달 발행을 목표로 5년 만기 40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발행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단독으로 진행 중이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잠재 투자자들과 발행 조건을 협의 중이다.
대규모 조달이다보니 투자자금 사용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조달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하이브는 26일 “사업 경쟁력 강화 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시가총액 13조원’의 공룡 엔터사가 된 하이브는 지난 10월 상장 이후 공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까지 마치면 약 1년 새에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 셈이된다. 하이브는 작년 상장 당시 9625억원, 올해 5월 이타카홀딩스 인수를 위해 주주배상 유상증자로 445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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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종 발행 조건과 관련한 세부 내용은 조정 중이지만, ‘발행사에 유리하고 투자자에는 불리한 조건’이 유력하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통상 CB 발행은 10% 정도의 할인율과 최초 전환가 대비 70% 수준의 리픽싱 옵션이 더해져 투자의 하방 안정성을 보장한다.
하이브와 미래에셋증권은 CB에 별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제로금리’ 발행으로, 하이브가 보유하는 CB 매도청구권(콜옵션) 또한 최대치로 설정할 전망이다. 또한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화가액 조정(리픽싱)’ 옵션을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다.
하이브가 제시한 CB 발행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수준이지만 그만큼 ‘주가가 오를 것’에 대한 회사 측의 자신감이 반영됐단 평이다. 투자제안을 받은 기관들도 ‘제로금리’ 등 조건에 놀랐지만 회사의 업사이드를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라는 네임 밸류가 있지만 리픽싱 조건이 제공되지 않는 CB는 처음 봤다”며 “발행 규모도 그렇고 엔터사인 하이브의 시장 내 위상이 이정도 올라왔단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짧은 시간 내에 시장에서 수 차례의 큰 거래를 진행하면서 금융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번 CB 발행의 단독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도 채권담당 부서에서 ‘사활을 걸고’ 딜(deal)을 따왔다는 후문이다. 같은 미래에셋계열인 미래에셋캐피탈도 일부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하이브는 지난 10월 상장 당시 NH·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후 5월 이타카홀딩스 인수 관련 유상증자에서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하이브는 미래에셋증권과 일부 M&A(인수합병) 거래를 시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워낙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회사다보니 대부분 증권사들이 하이브와 딜을 하고 싶어 한다”라며 “어쨋든 발행 조건이 회사에 유리할수록 주관사도 그만큼 리스크를 지겠단 것이고, CB 투자는 업사이드를 보는 것이니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매력도가 있다는 판단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