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황 다운사이클 전망에 기관들 포기한 듯
"HMM도 고평가"…구주매출 50%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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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에 나섰던 SM상선이 상장을 결국 철회했다. 원인은 기업가치(Value)에 대한 기관투자자(이하 기관)와의 눈높이 차이가 컸던 것이 꼽힌다. 기관들은 해운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밸류를 높게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일 SM상선은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이달 1일부터 이틀간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는 전언이다. 상당수의 기관이 공모가를 최하단 수준으로 써냈다는 후문이다.
SM상선은 당초 희망 공모가 밴드로 1만8000원~2만5000원을 제시했다.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방식을 기반으로 산정됐으며 피어그룹(Peer Group)은 HMM, 동원개발, KCC건설 등 7곳이다.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까닭으로는 기업가치에 대한 상이한 평가가 꼽힌다. 해운 업황 자체가 이미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청약 참여가 부담스러웠다는 평가다.
그간 해운 물류 대란 등으로 운임이 급등하는 데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던 SM상선과는 다른 입장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하락 기조를 근거로 해운 업황 자체는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SCFI는 전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로 지난달 29일 전주 대비 16.11포인트 하락한 4567.28포인트를 기록하며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인으로는 중국의 전력난과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하락이 꼽힌다.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HMM도 글로벌 해운사들의 기업가치 대비 할인율이 10% 남짓으로 밸류가 상당히 비싸다는 평이 많다.
게다가 HMM은 전환사채 물량 부담으로 인해 최근 주가가 약세를 띄었다. 비교그룹 대장주의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든데다 업황에 대한 부담이 겹치다보니 기관들 입장에선 '안전 베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교기업인 HMM의 기업가치도 상당히 고평가된 상황이다"라며 "이미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기업의 주식에 청약을 넣기는 부담이 컸고 그래서 대부분 청약 참여를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구주 매출 비중이 절반이었던 공모 구조도 문제시됐다. SM상선의 공모주식 50%가 구주매출이었다. SM상선의 주주구성은 삼라마이다스 41.36%, 티케이케미칼 29.55%, 삼라 29.09%다. 해당 주주들은 보유 주식 일부를 공모주를 통해 내놓을 계획이었다.
올해는 역대급 공모주 호황기로 꼽히지만, 옥석가리기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엔 시몬느악세서리컬렉션이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주 전체의 '다운 싸이클'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당장 최근 수요예측을 마친 '디어유'의 경우 거의 모든 국내외 기관이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냈다. 수요예측 경쟁률도 2000대 1에 달했다. 최근 공모를 진행한 아이티아이즈 역시 수요예측 경쟁률이 1600대 1에 달했고, 밴드 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M상선의 경우 상장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라며 "향후 2년간 영업이익이 더 안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 이후에 영업이익이 개선되면 상장할 수 있을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