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까지 10조원 투자 계획
투자 재개 앞서 확장 의지 보인 듯
시장 눈높이 맞추기·계열사 재무부담 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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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CJ그룹)
CJ그룹이 11년 만에 새로운 비전을 꺼내 들었다. 이재현 CJ 회장은 3년간 10조원 이상을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4대 성장엔진(C.P.W.S.)에 투자하며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3일 이재현 CJ 회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그룹 혁신성장 방향을 임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회장이 직접 나서 그룹의 사업비전에 대해 설명한 것은 2010년 ‘CJ의 제 2 도약’을 선언 이후 10년 만이다.
이 회장은 CJ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말했다.
그룹의 미래 비전 수립과 실행이 부족했고 인재확보와 일하는 문화 개선도 미흡했다는 자성(自省)과 ,이대로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최근 3~4년 새 국내외 플랫폼기업들의 영역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그룹의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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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CJ 그룹)
CJ그룹의 ‘자체 진단’은 현재의 시장의 평가와도 크게 엇나가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전체적으로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핵심 계열사들이 있지만 성장 한계가 보여지고, 다른 계열사들은 실적이 핵심 계열사만큼은 올라오지 못함과 동시에 CJ CGV 등 재무부담이 커진 ‘계륵’들도 애매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3년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미래 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매출 규모가 아닌 비중을 제시하면서 ‘현실성’을 고려했다는 평이지만, 과거 제시한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그레이트 CJ’ 달성”, “2030년까지 3개 사업 부문에서 세계 1등인 ‘월드베스트 CJ’ 실현”과 같은 포부와 비교하면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모습이라는 평도 나온다.
CJ그룹이 통상 신년사에서 제시할 만한 내용을, 11년 만에 직접 이재현 회장이 나서서 발표한 데에는 최근 CJ그룹의 투자 재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CJ그룹은 2019년 11월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체제’ 선언 이후 코로나로 인한 투자 축소까지 겹치며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에서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가 2021년을 기점으로 재개되고 있고 최근 자산 매각과 더불어 M&A(인수합병), 신규 투자, 외부 투자 유치 등 자본시장 내 움직임을 늘리고 있다.
그룹의 추죽인 CJ제일제당은 7월 슈완스 지분을 추가 취득했고(4896억원) 연간 1조원 내외의 설비투자가 계획되어 있으며, 지난달 LA레이커스와 글로벌 스폰서십 계약도 체결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부장)이 대주주로 있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CJ올리브영도 현재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며 본격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6월에는 CJ대한통운의 CJ 로킨(Rokin) 지분매각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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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의 부흥과 함께 가장 마음이 급해진 건 CJ ENM이다. CJ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인 이수만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거래 성사시 수천억원 규모의 거래가 될 전망이다.
또 자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TVING)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연평균 1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단 계획이다. 현재 티빙은 4000억원 규모의 상장전 투자유치(Pre-IPO)를 진행 중이다. ‘핫’한 섹터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지만 티빙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외에도 CJ ENM은 최근 박찬욱 영화감독이 대표로 있는 영화제작사 ‘모호필름’을 인수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300억원 수준으로 CJ ENM 측이 투입하는 금액은 100억원 후반 수준이다. 예능 제작사업 확대를 위한 외부 투자 유치 계획 등도 거론된다.
숙원 사업인 CJ라이브시티도 지난달 27일 착공식을 진행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국내 최초 아레나 겸 K팝 전문 공연장으로 ‘종합 K-콘텐츠 타운’을 목표로 2024년 준공 및 운영 개시를 예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CJ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 혹은 전략적 투자자(SI) 물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은 지자체 허가 지연으로 인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무산 등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CJ ENM의 직간접적 지원이 이어진 바 있다.
CJ그룹이 새 그룹 비전을 제시한 가운데 그룹 내 재무부담이 계속되는 계열사의 향방에 대한 관심도 이어진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2020년 한 해에만 두 차례의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진 CJ CGV는 올해 상반기에도 등급전망 ‘부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CJ푸드빌은 2020년 VIPS 직영점 소유 토지 매각,투썸플레이스 자여 지분 15% 매각, 비비고 상표권 매각, 진천공장 양도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했으나 코로나로 인한 외식수요 위축으로 지난해 영업적자가 확대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1년 3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0,000%를 상회한다. 자본확충 일환이었던 뚜레주르 매각 계획은 철회된 상황으로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CJ그룹이 다시금 노출을 늘리는 것은 시장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일 것”이라며 “미디어 등 제시한 성장동력이 본인들이 잘 해온 부분들은 맞지만 시장의 눈높이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 외형 확장을 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