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강점으로 IT기업 자문 수요 흡수 예상
대형 로펌 판교 진입에 기업들도 수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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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임대할 '판교 알파돔시티'에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의 분사무소가 입점한다. IT 공룡 등 주요 고객들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강점을 앞세워 자문 수요를 흡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간 스타트업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던 부티끄 로펌과 비슷한 전략으로, 향후 로펌간 근거리 영업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광장과 태평양은 판교역 인근에 분점 사무소를 냈다. 해당 건물은 신한리츠운용이 소유하고 있는 '판교 알파돔시티 6-4BL 오피스 빌딩'의 쌍둥이 빌딩이다. 내년 초 완공 일정에 맞게 입주할 예정이다.
태평양은 앞서 2018년 세종과 함께 판교에 선제 진출했고, 알파돔시티로의 이전을 준비 중이다. 보통 임대 계약은 2~3년 주기로 맺는데, 알파돔시티는 기존 분사무소보다 활용 공간이 넓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으로, 사무실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광장은 이들 로펌에 비해선 다소 출발이 늦지만 첫 판교 진출이란 의미가 있다. 지금까진 판교 진출의 득실을 고민만 했는데, 올해 판교 소재 통신·IT·벤처기업들의 자문수요가 급증하자 결정을 더 늦출 수 없다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늦게 판교로 입성하는 만큼 태평양보다도 넓은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광장과 태평양이 입점하는 건물엔 카카오와 네이버 계열사 다수가 입점을 앞두고 있다. 계열사 몇몇은 입점계획을 확정지었다. 네이버는 성남시 분당구 본사만으로는 인원 수용이 어려워 추가 사무 공간 확보가 특히 필요한 상황이다. 계열사 중 네이버웹툰의 입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장과 태평양 모두 네이버가 입점하는 6-2블록에 분사무소를 연다.
카카오는 사실상 거의 모든 계열사들의 입점이 확정됐다. 카카오페이 등 일부는 이미 입주한 상태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입점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금융그룹과 KB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이 카카오뱅크 주주로 있는 만큼 다른 계열사들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 사무소 위치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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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무법인 입장에선 이들 기업이 지척에 있기 때문에 법률자문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화상 회의가 일상화됐지만 대면 자문의 질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가깝고 역량있는 대형 법무법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판교역 인근에는 이외에도 대형 IT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파생 자문도 다수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판교권역에 얼마 남지 않은 대형 용지인 성남시청 임시주차장을 인수해 본사 사옥으로 활용하는 안을 계획하고 있다.
판교에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온 세종도 올해 분사무소(이노베이션 센터)를 성남시 유스페이스1 빌딩으로 확장 이전했다. 지금까지 분사무소를 이끈 조중일 변호사 외에 기업법무 전문 이호연 변호사 등이 참여해 업무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판교 직접 진출이 이어지며 스타트업·IT 기업 자문 시장에도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응 필요성이 커졌고 하이브 등 유수의 기업이 진출을 선언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등 관련 먹거리도 많아졌다.
대형 핀테크 자문의 경우 김앤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데, 직접 진출 대신 전문가가 광화문과 판교를 오가거나 비대면 방식의 대응이 많았다. 스타트업의 눈높이에 맞춰 일감을 따내는 건 부티끄 로펌의 주력 영업 방식이었다. 태평양과 광장 등은 스타트업·IT기업과 물리적으로 가깝고, 자문력에서는 부티끄 로펌에 앞선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대형 법무법인간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며 기업들 사이에선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 카카오 계열사 관계자는 "핀테크 자문에서 광장이 김앤장의 대항마로 올라와주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그간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사무소를 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던 부티끄 로펌이 많은데 대형 법무법인도 가까운 거리에 사무소를 내주니 기업들 입장에선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