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투자금융 활성화 방안 도입 6년 만에 전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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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위원회가 신기술금융업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최근 유동성 장세로 벤처투자업계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적인 방안으로는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사업자(신기사) 겸영 제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11월 중 신기술금융업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신기술금융업 관련 규정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골자다.
신기술금융사업자는 벤처기업의 투·융자, 신기술투자조합의 설립 및 자금 관리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통상 벤처캐피탈(VC)로 불린다. 법률 소관상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속하며 인·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적용 받아 진입장벽이 다소 낮았다. 현재 신기술금융사업자는 자본금 요건만 갖추면 등록할 수 있다. 신기술금융업 설립 자본금 기준은 100억원으로 기존 200억원보다 낮아진 바 있다.
증권사의 신기사 겸영 제도 역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6년 금융위는 ‘중소·벤처기업 투자금융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업 겸영을 허용했다. 이에 대다수 증권사들이 신기술금융업 등록을 완료, 현재 약 23곳이 신기술금융업을 영위 중이다.
금융위는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향후 입법예고를 거쳐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내부 검토 중인 사안으로 실제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입법예고 단계까지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만약 신기사의 허가제 방안이 도입되면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신생 회사들로서는 향후 계획에 전면 수정이 필요해진다. 허가제로 전환되면 그동안 신용카드 회사나 은행 등이 적용 받던 자본금 요건, 대주주 적격성, 인·물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난 9월 금융위, 금융감독원(금감원)에서는 증권사의 신기술조합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2016년 금융투자사업자의 신기술사업금융 겸영을 허용한 이후 증권사를 통한 개인 신기술 조합원 모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에 대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유동성 장세에 벤처투자 규모가 급성장하며 과열됐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점도 이번 개정안 검토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신규 벤처투자규모는 5조2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1.8% 증가했다. 3분기 만에 작년 한 해 투자금액인 4조3045억원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던 데다 그간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이처럼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라임·옵티머스 등의 사태가 터지면서 전문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기사로 자금이 몰렸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나누고 일반투자자 대상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이 골자다.
다만 IB업계에서는 지난 수년 간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 기조가 급변한 데 따른 부담감이 높다는 목소리다. 그동안 친스타트업적 정책에 맞춰 벤처투자를 준비하려던 신기사로서는 다소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또한 증권사 가운데 미처 신기사 등록을 마치지 못한 곳들에서는 이제 와서 해당 규제가 바뀌게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벤처투자 시 과세혜택, 금융투자사업자에 신기사 겸영을 허락하는 등 여러 장려 정책을 제공했었다”라며 “갑자기 허가제 도입 등 기조가 바뀌어서 당황스럽다. 문제가 생기면 그 이후에 사후대처를 해도 될 텐데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벤처투자업계까지 영향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