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보수 ETF로 수수료 장사한다는 지적도
수익률 하위 ETF 10종 모두 테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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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투자업계에서 유행에 따라 '우후죽순' 상장하는 테마형 ETF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을 추종하며 장기 분산 투자하는 ETF의 취지와 다르며, 유행이 지나면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유행성 상품으로 지수형 ETF 대비 높은 보수를 받으며 '수수료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30일 동시 상장한 탄소배출권 ETF 4종도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장한 첫날 거래대금이 100억원을 넘겼으나, 상장 이후 한 달간 가격이 13~18%가량 출렁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탄소배출권은 수급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상승했다. 할당량이 부족한 기업이 연말까지 배출권을 사야 한다는 소식에 투기 세력이 몰리기도 했다. 9월 27일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이 한 달 만에 9%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톤당 64유로를 돌파했다.
그러나 10월 6일 러시아가 에너지 대란을 겪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히자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 거란 전망에 탄소배출권 가격은 8%가량 빠졌다. 이후 가격은 횡보 상태며 60유로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주식과 다르게 탄소배출권 자체에는 펀더멘탈이 없고, 정책과 환경에 따라 수급과 가격이 결정돼 투기적인 자금 유출입이 발생한다"며 "가격 변동성이 우려되지만, ETF 자체적으로 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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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ETF는 장기 투자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저감 기술 발달로 탄소 한 단위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낮아지면 배출권 가격은 급락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탄소 배출을 적게 해 탄소 넷제로를 만드는 것이다. 친환경을 유도하기 위한 자산이며 투자자가 이에 동참하는 것이다"며 "다만 전세계가 친환경 기조로 바뀌기 전까지는 가격 하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최근 앞다투어 출시되는 테마형 ETF를 두고 일각에선 운용사가 유행에 편승해 '수수료 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업계에서 지수형 ETF의 최저보수 인하 경쟁이 일어나자, 낮아진 수익을 상쇄하기 위해 고보수의 ETF를 출시에 열을 올리는 거란 분석이다.
테마형 ETF의 총보수는 보통 0.5% 내외며, 탄소배출권 ETF 4종의 평균 총보수는 0.56%다. 반면, 지수형 ETF의 경우 총보수 중 운용사가 가져가는 몫이 0.001%까지 내려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ETF가 '미운 오리 새끼'다. 저보수 ETF 출혈 경쟁에 자사의 펀드가 잠식당한다고 생각한다"며 "펀드만큼 높은 보수를 받지는 못하지만, 테마형·액티브 ETF로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행이 지난 테마는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거래가 줄어 상장 폐지 위험도 있다.
국내주식형 ETF 중 연초 이후 수익률 하위 10종목은 모두 테마형 ETF가 차지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바이오 섹터가 8종목을 차지했으며, 가장 낮은 수익률은 -32.49%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자 관련 업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3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분산투자라는 ETF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형태라 섹터가 흔들릴 경우 큰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일시적으로 유행하고 말 테마인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테마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