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별 성과 '동등 분배' 문화 탓에 보상 못받아
내달 연간 집계…내부에선 '눈치싸움' 양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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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달 연간 사업 성과 집계를 앞두고 성과급을 둘러싼 증권사 내부 직원들 간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인 기업공개(IPO) 관련 부서가 그렇다. 외부에서는 성과급 액수가 클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내부적으론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은 분위기다.
타 부서와 성과를 일부 나눠야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어서다. 일각에선 IPO 딜(Deal) 영업 관련 성과를 두고도 부서 간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 IPO 관련 부서는 올해 유례없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 하반기 대어(大魚)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지연됐음에도 불구, 올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공모 규모를 기록한 덕분이다.
큰 딜 위주로 수임한 대형 증권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인수단으로 참여하며 수수료를 수취, 성과 목표치를 채워나갔다. 특히 업계에서 거론되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롯데렌탈 IPO 등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수익을 올려왔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IPO 인수 수익 등 덕에 주식자본시장(ECM) 관련 수익이 전분기 대비 150억원가량 증가했다.
성과급과 관련된 기대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분위기다. 지급 시기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내달이면 연간 사업성과 집계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IPO 부서마다 '성과급 잔치'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미국의 경우도, 올해 증시 호황과 IPO 시장 활황으로 실적이 크게 오른 덕에 월스트리트 금융 종사자들의 성과급이 전년 대비 최대 35%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성과급 상승폭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증권사 내에선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한 부서에서 올린 수익을 타 부서로 나누는 문화를 고수하면서다.
일례로 한 중견 증권사는 한 부서에서 낸 수익을 타 부서의 인센티브 재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다른 대형증권사는 전체 성과급 규모에서 직급 순서대로 가져갈 파이(규모)를 결정한다. 부서장이 모종의 이유로 성과급 규모를 적게 결정할 경우 부하 직원의 몫도 덩달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야근을 감수해가며 IPO 관련 업무를 해도, 그에 따른 성과는 결국 야근 없이 일찍 집에 가는 팀으로 분배되는 구조라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라며 "특히 올해의 경우엔 IPO 심사청구를 하는 기업이 워낙 많았다 보니 성과급을 둘러싼 눈치싸움이 지속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서별 성과 분배 논쟁은 증권사 내 협력이 불가피한 부서 간에도 생기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영업역(RM)과 실행역(PM)의 성과가 분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RM이 딜을 가져오면 PM이 그 딜을 실행(Execution)을 하게 되는데, 이들이 마케팅 단계부터 협력한 경우 성과를 절반으로 나누거나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정 비율로 분배한다. 다만 기계적으로 딜을 수행해야하는 PM 입장에선 RM이 가져온 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분담 책임을 지는 데 물론 부담이 있다는 평이다.
채권시장(DCM) 등 특정 부서 덕에 딜을 따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주 고객으로 둔 타 부서 덕에 상장주관사 자리를 꿰차긴 했지만 일은 일대로 하고 해당 부서와 수수료를 나눠야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장급 중에 인센티브를 포기하고서라도 IPO 업계 이탈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이해되는 대목이다"라며 "IPO 호황기에 입사한 1~2년차 실무진들에겐 유례없이 일이 많았던 한해였겠지만 이들에겐 성과급 상한선이 있어 힘이 빠지는 게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