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행사 위해서는 임추위ㆍ자추위 참여가 핵심
손태승 회장과의 관계 설정도 이슈...협력 가능성도
한투ㆍ두나무 배제 "금융당국이 무난한 낙찰자 고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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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프라이빗에쿼티(PE)가 우리금융 지분 4%를 취득하며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했다. 유진 PE 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출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재 과점주주 체제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업무 분장'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아직 넉넉하게 남은데다, 지주 출범 과정에서 이사회 내 주요 위원회 장악력이 커진 터라 유진 PE가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손태승 회장과의 관계 설정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손태승 회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7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푸본생명 추천 사외이사 자리가 비어있지만, 차기 주총에서 재선임 가능성이 있다. 예보가 최대주주 지위를 잃음에 따라 예보 추천 비상임이사 자리는 임기 만료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내년 주총 이후에는 이사회가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6인 총 8인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유진 PE 파견 이사가 예보 추천 이사가 담당하던 업무를 자연스럽게 인계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보 추천 이사는 현재 리스크관리위원회ㆍ보상위원회ㆍ내부통제관리위원회ㆍESG경영위원회 등 이사회 내 4곳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예보의 경영 관여 최소화 방침에 따라 위원장은 맡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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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PE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경영관여를 위해 '인사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주 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은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 참여가 핵심이다. 인사권을 쥔 두 위원회는 현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유진 PE 역시 자연스럽게 포함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한 과점주주측 관계자는 "아직 유진 PE측 추천 인사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인사권에 관해서도 현 과점주주들과 같은 수준의 권한을 주는 게 옳은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유진 PE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2016년 과점주주 매각 이후 5년 간 예보 측 경영 관여 축소ㆍ금융지주 재전환 등이 이어지며 현 사외이사진의 영향력이 매우 강해졌다는 것이다.
노성태 이사회 의장과 박상용 사외이사는 2016년 12월 우리은행 이사회에 합류해 5년째 사외이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상훈 전 사외이사에 이어 한국투자증권측 추천 인사로 이사회에 합류한 정찬형 이사 역시 지주 전환을 지켜본 인사다. IMM PE측 장동우 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룹 인사에 영항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임기 역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상법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 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준 역시 6년 초과 임기를 제한한다.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것이 2019년 1월의 일이라, 현 지주 사외이사들은 현재까지 모두 3년의 임기를 소화한 상태다. 가장 먼저 이사회에 합류한 노성태ㆍ박상용 이사도 무난하게 연임이 가능한 것이다.
유진 PE와 손태승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 설정이 경영권 구조의 변수로 언급된다.
손 회장은 이번 예보 지분 매각에서 '우군 확보'를 위해 물 밑에서 움직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땅한 최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에선 사외이사와의 관계 설정이 안정적 경영의 핵심 요건인 까닭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어피너티-베어링 투자 유치와 KB금융의 칼라일 투자 유치를 두고 '회장 우군 확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다.
유진 PE는 입찰 참여 당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금융그룹 경영 참여 의지가 이번 입찰 참여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유진 PE 측은 그룹의 은행업 진출과는 선을 긋고 있다. 시세 차익을 노린 입찰이라는 입장이다. 추천할 사외이사 역시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손 회장과 유진 PE와는 현 시점에서 우호 관계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경영권 행사 차원에서 서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되는 부분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손 회장 입장에서 우군 이사라고 볼 수 있는 자리는 2019년 우리은행 보유 우리금융 지분을 받아간 푸본생명 정도"라며 "이번 낙찰 결과가 손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유진 PE를 유일한 4% 낙찰자로 선택한 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배려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에서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 참여 의욕이 유달리 강했던 후보사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두나무가 꼽힌다.
한국투자금융은 이번에 4%의 지분을 추가로 늘리면 사실상 최대주주와 같은 수준의 경영권 행사가 가능했다. 지분율이 우리사주조합(현 8.8%)ㆍ국민연금(현재 9.4%)에 육박하는데다, 이사회 7명 중 2명에 해당하는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역시 실명계좌 등 은행과의 이슈가 여전한 상황에서 영향력을 얻기 위해 사외이사 파견 가능 지분을 희망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판단은 '두나무 1%, 한국투자증권 배제'였다. 결과 공개 후 금융위는 별도의 안내자료를 통해 "1% 지분 투자는 우리금융지주와의 업무제휴 및 금융당국의 인허가 여부와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며 명확하게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잡음 없이 무난한 낙찰자를 골랐다는 인상"이라며 "중징계 가처분 인용에 이어 무난한 새 과점주주가 선임되며 손태승 회장 체제가 안정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