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지점 통한 개인투자자 신기사 투자 급증하자 규제
영향 불가피...일각선 "만만한 게 증권사냐" 볼멘 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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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정부의 비상장 투자 규제가 시작됐다. 유동성에 힘 입어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한 시장에 제재가 가해지기 시작하자 시장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특히 PB센터를 중심으로 비상장 관련 상품 개발에 공을 들여온 증권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다.
12월1일부터 증권사들이 사모 신기사조합 투자를 권유할 땐 일정한 규제 절차를 따라야 하는 행정지도가 시작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개인투자자들이 신기술조합 투자와 관련해 투자대상, 구조, 운용주체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신기사조합 투자를 권유할 땐 판매자가 금융상품 판매업자로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투자상품 판매규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권유행위 금지 등이 포함된다. 또한 판매자가 다른 회사와 공동으로 업무집행조합원(GP) 역할을 맡을 경우에도 동일한 판매규제를 따르도록 권고 받게 된다.
규제 대상 판매사는 주로 증권사 들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다양한 영업점을 통해 비상장 투자 수요에 대응해왔는데 이번 지도에 따라 단기적으로 해당 영업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고액자산가 위주로 비상장 투자 열기가 컸던 만큼 증권사 PB센터들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번 행정지도는 증권사와 금융소비자의 판매 접점, 그 중에서도 신기사 조합에 국한된 것으로 본점이나 지점, PB센터 등 모든 영업망 분야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행정지도 성격 상 규제를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있던 사모펀드 규제 틀을 적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증권사를 통해 모집된 신기술조합의 출자자 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약 75.8%(약 2500여명)에 달한다. 2018년 말 366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모주 투자 열기에 2019년 이후 사모펀드 시장 위축에 따른 풍선효과에 따른 결과란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상장 투자 관심도가 높아진 데 따라 증권사의 PB 및 각종 영업점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스터디 및 상품 제공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삼성증권은 PB영업점을 통한 신기사 출자자 모집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로 꼽힌다. 타 증권사와 달리 신기술 태스크포스(TF)를 자기자본투자(PI) 부서에 두고 IB사업부에서도 PB 자금 모집을 활용하도록 조직 체계를 구성했다.
그동안 비상장 투자는 일부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알음알음’ 투자할 수 있던 기회로 여겨져 왔다. 제도화된 금융상품 판매 절차에 적용하게 되면 일부 고객들로서는 일시적인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까다로운 투자 검토 절차를 거치다보면 이전에는 쉽게 결정을 했을 법한 투자 건도 보류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 대상기업 역시 과거처럼 간단한 IR(투자자 설명회)만으로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질 예정이다. 이전에는 간단한 투자설명서 자료를 활용해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이제는 프로젝트 실패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 및 관리와 성과보수 등을 자세히 기술해야한다. 부실한 투자대상기업에 투자하는 불완전 판매에 노출될 기회를 줄이려는 것으로, 사실상 비상장 투자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번 행정지도와 관련, ‘만만한 게 증권사다’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사실상 비상장 투자 분야에서 증권사들은 ‘메인 플레이어’로 보기 어렵지만 금융투자협회 산하에 있다 보니 규제에 더욱 민감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 산하에 있어 여전법(여신전문금융업법) 밑에 있는 카드사나 캐피탈사보다 (투자 모집과 관련해) 까다로운 규제를 받을 때가 있다”라며 “그동안 정부에서 비상장 투자 활성화를 위해 너무 많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신기사 규제를 허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비상장 투자 열기가 한 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