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두 곳, 정기인사 이후 임원 주식 매수 '사실상 제로'
주요 임원 중 주식 보유 안 한 임원도...주식 성과와 상관관계?
"금융지주 임원 주식 매수는 승진에 대한 보은으로 읽힌다"
임원도 안 사는 주식 투자자가 살까...'말 보단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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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금융지주 임원 주식 소유분 공시를 보면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정기 인사가 끝난 뒤 연초에 공시가 집중됩니다. 승진에 대한 보은으로 읽히는 게 사실입니다. 한바탕 매입이 끝나면 '실적 자신감' 혹은 '주가 방어 의지'같은 기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연말까진 또 잠잠합니다. 실적발표회(IR)에서 아무리 주주 가치를 언급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좋은 주식인데 자기들은 왜 안 산답니까?" (한 비(非)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 임원)
실적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대형금융지주 주가는 연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세와 기준금리 인상이 무색하게도, 10월말을 단기 고점으로 급락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주요 금융지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역사상 최저 수준인 평균 0.4배에 불과하다.
성과에도 불구, 저조하기만 한 주가 추이에 지주 최고경영진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초 배당규제 파동 이후 잇따라 중간배당ㆍ분기배당 여부를 검토하고, 실제로 배당에 나서기도 했다. 주가 부양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10월말 조용병 회장이 2주 일정으로 해외 순방 설명회(IR)에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그룹 수장으로선 처음이었다.
상장사의 최고경영진이 '주가 부양'에 관심을 가지면, 으레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수 행렬이 이어지곤 한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임원급이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통상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대외적으로는 책임 경영 의지를, 내부적으로는 조직 로열티를 강조하는 데 자사주 매입만큼 확실한 지표도 없다는 평가가 많다.
주가가 PBR 0.3배, 주가순이익비율(PER) 4배라는 '충격적인' 저평가 구간을 맴돌던 올해, 리딩금융그룹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임원들은 자사주를 얼마나 매입했을까.
정답은 '사실상 제로'였다. 인사가 마무리 된 4월 이후로는 제대로 된 '임원 매수 공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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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사외이사를 제외한 신한금융지주 공시 임원(정기보고서 등재 기준)의 주식 총 보유량은 4만9000여주, 현재 시가 기준 약 18억원어치다. 전체 시가총액 19조원의 0.0095% 수준이다. 그나마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행장(각각 5억원 규모)를 제외하면 유의미하게 보유한 임원이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물론 이들 임원 대부분은 사원 때부터 장기간 근무를 해온 인물들이다. 공시에는 나와있지 않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임원 선임 이후 유의미한 추가 매수는 사실상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그나마 좀 나았다. 정기보고서에 등재된 부문장 이상 임원의 주식 총 보유량은 7만3800여주, 현재 시가로 42억원 규모다. 윤종규 회장이 주식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10억원)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김성현 KB증권 사장도 9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매입했다.
그렇다 해도 시가총액의 0.02% 수준이다. 역시 4월 이후로 유의미한 매수 공시를 확인할 순 없었다.
상대적으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임원급의 자사주 매수가 활발한 편이었다. 특히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지주는 거의 매달 임원의 주식 매수 공시가 이어졌다. 지난 6일에도 손태승 회장이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손 회장의 자사주 보유 수는 10만3100여주로, 시가 기준 13억원에 달한다.
한 금융 담당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경우 완전히 자발적이라고 보기엔 다소 특수한 경우"라며 "민영화에 공적자금 회수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주가가 곧 성과가 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 및 임원들의 자사주 매수가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곧바로 주가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교적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수한 우리금융의 연간 주가 상승률이 32.1%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고, 상대적으로 임원들이 자사주에 무관심한 신한금융은 그 절반인 15.6%에 그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이후 몇 건의 임원 주식 매수 공시가 올라왔을까? 40건이 넘는다. 네이버ㆍ카카오는 각각 50건을 넘겼다. 급등주의 꼭지는 임직원의 주식 매도가 만들고, 저평가주의 바닥은 임직원의 주식 매수가 만든다. 지금 이 주식을 사도 되나 망설이는 투자자에게 행동보다 더 좋은 본보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