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이영창 대표 월말 임기…연임 여부 관심받으며 외부 영입설도
신한은 사장이 사실상 인사권 없어 중량급 CEO는 구조상 영입하기 어렵다 지적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올해 말 증권가의 관심사 중 하나는 퇴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최고경영자(CEO) 두 명의 거취다. 이 틈바구니로 '슈퍼스타' 영입이 절실한 신한금융이 끼어들며,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여러 언급이 오가고 있다.
자유계약(FA) '감독'을 둘러싼 일종의 스토브리그라는 평가다. 결론은 이달 중순께 열릴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나올 전망이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 중 7곳의 대표이사 임기가 이번 회계연도를 끝으로 만료된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은 인사가 결정됐다. NH(정영채)ㆍ신한(이영창)ㆍ메리츠(최희문) 의 대표이사의 거취는 현 시점에서는 확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한국(정일문)ㆍKB(박정림ㆍ김성현)ㆍ키움(이현)은 연임이 유력시 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언급돼서다. 두 명 모두 본인이 맡은 회사를 업계 수위권 투자은행(IB)으로 키워낸 중량급 인사로 통한다.
정 대표의 경우 지난해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되며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주주인 농협금융그룹에서 교체를 염두에 두고 인선에 착수했다는 언급도 일찌감치 흘러나왔다. 최 대표의 경우 11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끌어왔다. 최근 "어느 정도 뜻을 이뤘으니 퇴임의사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이 시장에서 오갔다.
이들 CEO의 거취를 염두에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중량급 CEO 영입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침체된 신한금융투자의 재건을 노릴 수 있다는 것. 이에 증권가에서는 지난달부터 '정 대표가 신한으로 간다더라' 등의 뜬소문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만 이영창 현 신한금융투자 대표의 교체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외부 CEO 영입이 쉽지 않다면 이 대표의 연임 역시 선택지 중 하나로 남아있다. 김병철 전 사장의 중도 퇴임 이후 갑작스레 경영을 맡은 이 대표는 지난 2년 간 과로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는 등 고군분투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었지만, 지주 이사회에서는 '아직도 라임 사태 수습이 안 끝났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 본인도 연임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정 대표나 최 대표가 만약 퇴임하더라도 신한금융투자 행(行)을 선택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시스템'의 차이가 꼽힌다.
두 CEO는 은행의 힘이 막강한 지주 산하 증권사에 소속해 있었음에도 불구, 지주로부터 사실상 경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 특히 지주에서 임원 파견을 자제하며 CEO의 인사권에 힘을 실어준 것이 리더십으로 발휘됐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정반대다. 신금투는 현재 신한금융그룹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의 소속 계열사이자 사업부로 기능하고 있다. 이병철 퇴직연금사업그룹장, 정근수 GIB그룹장, 강신태 글로벌사업그룹장, 안효열 WM그룹장 등 핵심 사업을 맡고 있는 부사장단 대부분이 지주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들 그룹장ㆍ부문장급 인사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가 가지고 있는 인사권은 상당히 제한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그룹 내에서 엄밀히 말해 은행 부행장급의 지위를 지녔다고 보면 된다"며 "조직 장악력을 중시하는 카리스마 타입의 CEO가 오기엔 부적절한 구조"라고 꼬집었다.
결국 증권사 사장이 임원 인사조차 마음껏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중량급 인사 초빙이 쉽게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여 '삼고초려'로 정영채 대표 등의 인사를 데려온다고 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조직관리에 전권을 줘야 하는데 이는 신한이 그간 강조해온 '매트릭스' 시스템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신한이 자랑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략을 다듬고 성과를 강조해온 이가 바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본인이다.
지주 내부 인사에서 다시 데려오는 방법도 있다. 만약 이영창 대표가 연임을 하지 않고, 신한금융 내부에서 차기 CEO가 나온다면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은 장동기 CMS사업부문장(부사장) 정도다.
신한은행 자금시장본부장과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통으로, 옛 ING생명보험(오렌지라이프) 인수 실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문제는 장 부사장이 신한은행으로 입행해 주로 재무 부문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은행원'이라는 점이다. 조용병 회장은 '증권은 증권전문가에게'라는 인사 원칙을 표방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 사상 첫 외부 영입 CEO였던 김병철 전 사장 역시 이런 기조에서 이뤄진 인사였다.
당장 은행원에게 증권사를 맡겼다가 터진 이슈가 바로 라임운용 사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은행 출신인 김형진 사장 시절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자격을 취득했고, 복합점포에서 관련 상품을 집중 판매했다. 당시 해당 사업을 담당했던 전 PBS본부장은 최근 징역 8년이 확정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는 지주의 간섭이 없던 2015년 전후 파생결합상품을 대규모로 팔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고, 이로 인해 레버리지비율이 1100%에 육박해 '긴급 증자'를 요청했던 전력이 있다"며 "지주 입장에서는 은행 인사를 내려보내기에도, 전문 CEO를 믿고 맡기기도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